임 경 희 (서울 출향인, 시인)

  

        세찬 갈바람에 잔가지 안 놓으려
        바동거리며 우는 가랑잎이
        마음을 할퀴어 깨운다
        어머니 가시던 날 그 캄캄했던 하루
        갈갈이 날리던 시간

        오늘도 바람 부는 늦가을 날
        어머니의 묘비 아래 민들레 꽃씨
        한숨처럼 가벼운 깃 뜯어내며 떤다
        삶의 고단함에 굽어 작아지시고
        자식들 근심에 하얗게 사위신 몸
        작은 불꽃놀이 같은 흰 갓털 흩뿌림은
        야윈 혈육의 방문을 반기는 손짓일까

        마른 풀 아래 곰실대며 기는 벌레
        나의 짜가운 눈물 묻혀
        흙 구멍으로 스며들고
        어머니의 품은 소리 없이 열려있다
        침묵의 전갈을 읽으시는지
        뜨거운 심중의 소용돌이 들으시는지

        묘원에 노을 덮이고
        바람도 풀을 쉬게 하는 저물녘
        당신의 모습으로 살아 일어서는
        동그란 민들레 꽃씨   


♣ 어느 따스한 늦가을 날,
용인에 있는 부모님의 묘소를 찾았습니다.
철에 맞지 않게 피어있는 민들레 꽃씨를 발견하고,
신기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쓴 단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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