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의 창가에 앉아 (11)

       
        메아리도 길 잃은 허허바다 위
        물안개 따라 떠도는 묵언
 
        ‘엄마 아빠의 슬픔이 되어서 죄송해요!’
        ‘우리가 함께할 때 행복했어!’
 
        갈래갈래 찢어져
        파도에 휩쓸리고 해풍에 휘날리며
        안간힘으로 다가오는 저 음성
        떠나지 않는 목소리들
 
        초혼 굿 춤사위로 흐느끼는 바다
        두 손 모은 노란 리본 무능해서 송구하고
        사랑과 믿음 잃은 영혼들과
        하염없이 서성인 먹빛 4월
        함께 굳어버린 심장들
 
        풀어줄 밝은 마음 없이 무심 세월 가고
        실낱같은 뉘우침도 없이 위로가 있으랴
        먼 뒷날 새 사람들 위해
        잿덩이같이 검은 화석을 굳히는 무안한 세월

 

 

 

※2016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슬픔에 멍든 가슴으로 4월의 조가를 쓰고 거듭 해가 바뀌었지만 멍은 풀리지 않고 화석이 되어갑니다.

더욱 상하여 마비되어가는 상처를 핥는 짐승의 심정으로 처음 4월의 조가를 고쳐 쓰며, 어느 정권의 잘잘못을 질책하는 편협한 눈이 아니라 인류의 정의와 존엄이란 큰 시각으로 이 아픔을 기억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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