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임 경 교육장이 고향의 후진들에게 전하는 말



행복교육 그 중심에 울진교육이 있습니다


울진교육지원청 특집---------------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그 자체,
-행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40년 교단 경륜에서 우러나온
임경 교육장의 인생의 궁극적 가치, ‘행복’
그 의미와 그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에 대한,
로버트 프로스트로부터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 서서’ 를
생각하는 노하우 공개”


 

1.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 ‘행복’

저는 40여년 교육에 대하여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울진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에 왔을 때 만나게 된 주제는 다시 ‘교육’이라는 문제였습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으로서 학교에 대하여 보다 본질적으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민의 방향은 아주 근원적인 곳에 도달하였습니다.

바로 ‘교육이라는 것은 적어도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과정이여야 한다.’ 는 전제입니다.

교육의 내용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행복’이었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너무나 유보해두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반성이 들었습니다. 경쟁과 비교, 성취와 성공이라는 문제는 21세기 교육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이듯이 ‘행복의 추구’ 또한 우리가 마주한 오래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긍정심리학자들은 행복이 우연히 선물처럼 주어지거나 절대자의 의지에 따라 운명처럼 주어지는 축복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행복 또한 노력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육이 변화와 성장의 계기를 제공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교육과 행복의 추구는 분리할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적이고 행복교육을 통하여 행복에 눈뜨게 하는 것이 교육자의 진정한 소임 아닐까 합니다.


2. ‘이유 없이 행복 하라’ 는 가르침의 참 의미

이제 교육의 목표는 행복이어야 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며, 더 적극적으로 사회관계를 맺고 의미를 부여하고, 더 쉽게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낙천적인 삶의 관점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행복한 사람이 가진 그 특성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미래 인재 육성을 꿈꾸는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학생에게 길러주고 싶은 가치 있는 덕목입니다.

울진교육지원청은 청소년들의 행복수업을 위한 첫걸음으로 서울대학교행복연구센터의 협조를 구하여 모든 교사들이 행복의 가치를 알기위한 연수를 실시하였습니다. 행복이 매우 막연한 개념이어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여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행복은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표정에서 눈웃음을 보면 즐거운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심리학에서 행복하다는 것은 즐거움과 의미, 몰입이 가득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과 ‘행복’ 자체를 혼돈합니다. 행복은 물질적인 조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주관적인 상태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행복은 ‘마음이 즐거운 상태’입니다. 이런 식으로 행복을 조건과 구별해서 생각한다면, ‘이유 없이 행복 하라’는 가르침의 참뜻이 이해됩니다. 어떤 조건 속에서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행복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태도일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의 즐거움, 의미의 발견을 통한 즐거움, 몰입이 주는 즐거움을 통하여 행복의 의미를 새겨야 할 것입니다.


 

3. ‘행복’ 을 찾아가는 길안내

행복은 행복의 의미를 알고 가치를 인식한다고 하여 추구되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연습이 필요하고 의도적으로 기획될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의 연습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누구와’라는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어떤 마음으로’ 부분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의 자세이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가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① 행복은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에 관점을 바꾸어 보라는 것입니다.
② 감사는 인생의 ‘시크릿(비밀)’이기 때문에 늘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③ 행복의 최대 적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기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둘째, ‘무엇을’ 부분입니다. 행복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먹고 마시고 게임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행복은 자신의 인생을 걸만한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을 살 때 찾아오는 것입니다.
④ 목적이 이끄는 삶이 행복하기 때문에 목표를 세우라는 것입니다.
⑤ 현재를 충분히 만끽하고 음미하라는 것입니다.
⑥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이 행복하기 때문에 몰입하라는 것입니다.

셋째 ‘누구와’ 부분입니다. 행복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우리가 맺고 있는 소중한 관계들입니다. 우리 자신이 행복해 지는 가장 좋은 길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도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이어야 합니다.
⑦ 행복은 ‘사이’에 있기 때문에 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것입니다.
⑧ 내가 행복해지는 가장 좋은 길은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므로 나누고 베풀라는 것입니다.
⑨ 용서는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에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울진교육은 이렇게 행복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시기에 따라 행복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행복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은 교실 속에서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삶 안에서 행복한 사람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21세기의 변화된 패러다임은 단연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4. 예술은 행복교육의 밑뿌리

행복교육은 인성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조벽 교수도 교육의 근본 목표는 인성교육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오늘날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의 이익을 넘어 타인과 세상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을 밟고 올라서는 성공이 아닌 서로 협력해 다 함께 가치 있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며 행복입니다.

인성교육의 핵심에는 예술 교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대상의 다양성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진정으로 눈을 뜹니다. 따라서 심미교육은 세계를 ‘이해’의 방법으로 만나는 최적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을 매개로할 때만이 자신은 물론 세계가 지닌 나름의 존재가치를 진정으로 마음속에 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지원청은 교육장배 문예·미술 우수작품 공모전을 개최하여 문예 약 400여명 응모, 미술부문에 약 585점이 응모하였습니다. 학습과정에서 정성을 다하고 다듬어 제출한 작품으로 공모전에 응모하는 동안 참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전공 선생님들이 심사하여 가르치는 입장에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학생들은 응모한 친구들의 작품을 통하여 자신은 물론 친구들의 개성도 확인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딸아이의 작품을 카메라에 담으며 우리 아이가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뻐하던 한 학부모의 낮선 미소가 뇌리를 스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인 듯합니다.


5. 고전은 지혜의 샘

한 아이를 기르는 것은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마을의, 혹은 지역 공동체 성원들 모두의 노력으로 아이들은 바른 성장을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대가족 안에서 살면서 부모와 끈끈한 애착형성을 맺어왔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본받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 사회는 대가족, 심지어 핵가족도 붕괴되어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육지원청이 부모교육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인 것입니다.

어른은 아이들의 표본입니다. 이 사회의 모든 어른이 일상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잠재적인 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은 자신을 조율할 줄 알고 타인을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울진교육지원청은 올해부터 부모님과 함께하는 고전읽기 공모전을 개최하였습니다. 여태까지 우리가 해온 교육이란 지식습득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교육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식교육이 아니라 협력과 나눔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미래 창조적 교육을 위해 지혜를 가르쳐야 하는데 지식은 책과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오로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집니다. 아이에게 그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멘토가 되는 길은 고전읽기를 통한 실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고전읽기는 ‘시카고 플랜’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대학교 4년 동안 고전 100권 읽기를 실천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후 시카고 대학은 명문대학이 되었으며,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학교로 변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학부모들이 매개가 되어 학생들이 지혜의 저장고인 고전으로 인도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6. 밤 사이 순록처럼 - 40년 교직 수레 종착

지난 2015년 9월에 부임하여 2년의 세월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루가 참 맛있게 흘러갔습니다. 늘 용기와 격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신 군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밤사이 하얀 눈이 내려 나뭇가지가 꼭 순록 같아 밤사이 모든 풍광을 수레에 태워 이웃마을로 이사를 갔다고 생각하였는데 벌써 교직 생활이 40여년으로, 20살 때 정든 고향을 떠나 환갑이 되던 해에 고향에 와서 2년간을 근무하고 정년퇴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러도 사람은 계속 성숙되기 때문에 지금 힘드시더라도 세월은 지나가고 또 다시 내일은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생각하고, 행복을 추구하고, 함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한 울진에서의 근무 소회를 짧은 시로 마감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기야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중략)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자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한다 /잠자기 전에 몇 십 리를 더 가야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 서서’ 중)


                                                               /울진교육지원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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