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의 창가에 앉아 ...(23)



이토록 고요할 순 없으리라

갈대숲에 내려앉는 함박눈처럼
탈색의 풍경 겨울 속 헤치고
가늠하기 어려운 심연과
긴 강을 건너올 수 없었다면

만약 내가
우렛소리로 흐르는 깊은 계곡
폭포의 기백으로 푸르른 그대에게
솟구치는 잉어처럼 몸부림쳤다면

퍼붓는 빗속에서
허수아비처럼
살이 뚫리며
서서 버틸 수 없었다면

노도에 휩쓸리는 우리 사랑
잘린 도마뱀의 꼬리처럼 식어

이토록 고요할 순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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