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룡 시인.경북도 문화재관리담당 사무관

▶황무룡 시인
아제요! 별일 없이 잘 계셨니껴? 마을 어른들도 건강하게 잘 계시능교?
바쁜 도시 생활에 젖어 겨를 없이 살다보이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했니더.

황골 밭 위에 모신 조모님의 묘소에 잔디는 우떤니껴. 짓골 터 밭에 보리는 잘 살았능교?
마을 입구에 모단못은 얼음이 꽁꽁 얼었지 싶니더. 겨울이 겨울답게 디게 추워야 농사가 잘 될낀데 올해는 우떨지 걱정이시더.

문득 고향 생각이 나서 마 편지를 쓰 보내니더.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서툴게라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울진의 투박한 말씨로 글을 쓰는기 더 정감있고 울진다운 맛이 날 것 같아서 고향 사투리로 쓰이 좀 어색하더라도 웃지 마세이.

아제도 잘 알다시피 제가 태어난 곳이 평해읍 오곡1리 속칭 옷찔이 아잉교.

우리 마을 앞뒤로 산줄기가 뻗어 있고 서쪽으로는 삼성봉이, 동쪽으로는 일출봉이 우뚝 서 있어 고을 모양이 꼭 소 죽통 같다 해서 “소통골”이라 부르기도 안했능교. 머니머니 해싸도 우리 마을 경치라 하모 동쪽 입구에 있는 마을의 쉼터 “모단못”이 최고 아잉교.
개울물 담아 논물로 공급하는 기능이 주 목적이지만 못 가운데 작은 섬도 있고 선조때 영의정을 지내시다 황보리에서 귀양살이 하셨던 이산해선생께서 낚시하며 고뇌를 씻었다는 그 못 말시더.

지는 어릴 때 부터 이 못의 잔잔한 물결과 심연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저랬으면 얼마나 좋겠노” 하는 생각을 했니더.
그래서 지금도 가끔 고향에 가면 그 못의 거울 같은 수면 앞에서 “아∼ 내 마음이 닮아가야 할 진정한 자연의 모습 아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못의 추억들을 떠 올리곤 하니더.

남쪽 절개지 구멍에 살았던 물총새가 쏜살같이 날아들어 물고기를 잡아 채 가던 풍경들, 봄부터 여름 내내 물 면을 뒤덮는 말바구(말음), 단오 무렵 못가에 푸른 창포 잎들, 또 큰 소나무에 굵은 새끼줄로 그네를 매어 창공을 날라본 꿈들, 극심한 한해로 못이 바닥을 들어낼 즘 동민들 모두나서 그 진흙 뻘을 훼집어며 붕어, 뱀장어를 잡고, 마쪼개피(조개), 골비(골뱅이)를 줍느라 난리친 일들, 산 개구리를 미끼로 힘쌘 가물치를 낚아 올리느라 새벽부터 씨름했던 기억, 겨울 한뎃불 피워 추위를 쫓으려 못 뚝에 모여 앉아 막걸리추렴하던 멋과 운치들이 모도 지 마음속에 고스란히 잠재되어 때때로 이 글쟁이의 소중한 문학적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다 아입니껴.

그래서 지는 이 모단못을 제 시의 고향이라고 까지 생각하고 「오곡리」라는 시를 쓴 적도 있니더, 여기에 옮겨보면
『오동나무 / 전설어린 / 오곡리 / / 이른 봄 / 산꿩 울음에 / 참꽃 붉게번지던 / 동심 / / 수호신 지켜선 / 못가에 / 물총새 날으고 / / 수채화로 번지는 / 꿈속 / 아련한 마을 』 어떤교 좀 그럴듯 하니껴.

고향을 떠난지도 어언 30년이 훌쩍 흘렀니더.

고향 면서기에서 경북도청 사무관으로 전전하면서 지 자신과 고향을 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내 고향 “울진” 이라는 중심력과 응집력 그리고 자부심 같은 것이 알게 모르게 저의 공직 생활에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온 힘은 무시할 수 없고요.
또 고향을 위하는 일에 미력이나마 보탤 수 없을까? 하고 늘 생각하는 것도 큰 행복이시더.
아제요! 도시 생활 해 보이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실감나니더.

일하다 옆에서 누가 “울진이 뭐 어떻고. . .”하는 이야기만 들어도 귀가 번쩍해 “울진이 뭐 어쩨 되었다꼬?. . . ” 서슴없이 동조하여 성류굴, 백암온천 동해의 청정바다, 불영계곡, 월송정 등 관광 울진의 절경을 속사포 쏘아되듯 자랑을 늘어 놓는 것이 버릇 이시더.

몸은 30여년을 타향 떠돌지만 마음은 말뚝에 매인 소 매키로 고삐 길이 만큼 말뚝 주위를 맴돌듯이 언제나 울진이라는 향수에 묶여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신명나거나 힘들 때도 어릴 때 그 아련한 추억에 젖어 고향을 생각하며 그리워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것을 보면 “울진이 바로 지 마음이 머무는 말뚝이자 고삐가 아닌가” 하는 심정이시더.

아제요! 우리나라 지도를 놓고 울진의 위치를 보면 또옥 손이 자래가지 않는 어께 등 같은 위치에 있어 지금까지는 개발이 더딘 것이 사실이니더.
그러나 앞으로는 울진에도 공항이 세워지고 동해안 국도가 4차 선으로 확장되고 동해선 철도도 건설된다 카이 교통이 편리해 지는 만큼 관광명소로 부상할 것이고요.

더구나 내년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인이 모여들 「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린다 하이 세계적인 관광메카로 뜨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니더.
마지막으로 지 작은 소망은요, 지가 시의 고향으로 늘 생각하는 “모단못”을 참하게 가꾸는 일이시더.

섬에는 그 운치에 맞는 작은 정자를 짓고, 마구자비로 자란 볼품없는 말바구를 걷어 내고 연꽃을 심고, 못 주변은 창포를 심어 꽃 피우게 함으로서 마을의 아늑한 쉼터로, 지역의 묵객들이 모여 시와 그림을 즐기고 논하는 장소로 또 지 같은 놈이 언제든 찾아가 마음을 씻고 닦는 수양의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복안 이시더. 그래 가꿀 수 있을니껴.

언제나 고향 지킴이로서 마을의 궂은 일을 묵묵히 다 하고 계시는 아제를 진요 엄청 존경해 왔고요. 앞으로도 그럴낍니더.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도 잘 이루어 지시길 기원드리며 필을 거두니더. 안녕히 계시소. 대구에서 조카 올림.

울진 평해 출신 / 후포중, 평해상고 졸업 / 계명대학교 정책개발대학원 졸업 / 현 대구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 현 경상북도 문화예술과 근무/ 시집 「차나 한잔 들고 가게」 「수채화로 번지는 꿈속」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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