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암연어가 회귀본능으로 먼 바다를 돌아와 태어난 강에서 산란 후, 죽어서라도 새끼들의 먹이로 희생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필자 또한 고향을 떠 난지 25년의 세월! 한 마리의 명태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황태가 되듯이, 지금까지 추운 타향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한점한점 바둑 두듯이 최선을 다해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과거가 있기 때문에 남겨진 따뜻한 미래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으로 구석구석 들리는 낮은 목소리를 귀 기울이며 살아가고 싶어진다.
 
돌이켜보면, 나의 어린시절 생일날에도 얼굴이 비치는 시래기죽 먹는 날도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도 없이 책보를 허리에 묶어 빗속을 달려 학교에 가면 옷은 물빨래가 되었고, 저녁이면 가몰 가몰한 호롱불 밑에 손에 잡히지 않는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글을 썼다.
 
보리밥과 감자를 주식으로 하면서 손가락에 발갛게 물감이 들도록 피 감자를 껍질을 벗기다보면 숟가락은 반달모양을 닮아갔다. 지금은 36번 국도가 시원하게 아스팔트로 뚫어 행곡에서 서면으로 통하지만, 나는 동네 어른들 틈에 끼여 주먹보리밥 한 뭉치를 싸서 대흥리 앞산까지 걸어와서 땔나무를 해서 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 종일 걸렸다. 나는 고교시절에 일찍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자 행곡리 물 언덕 집에서 자취를 하면서 높고 험한 30십리 길 바리재를 넘어 통학을 했으나 거의 매일 지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도시락을 싸서 학교를 가거나 소풍이나 수학여행 한번 가본 기억이 없다. 자취를 하면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울진 시장에서 광어 한 마리 사는 날에는 손에 들고 오는 것이 너무 창피해서 가방 속에 넣고 집에 돌아와서 보면 가방 속의 책은 온통 생선 물로 함빡 젖어 있었다. 나는 저녁을 할 적에는 부엌에 있는 가마솥에 보리쌀과 감자, 꽁치간수 그릇, 가지를 함께 넣어 아궁이에 생 솔잎을 피우면 연기에 온통 얼굴은 눈물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어린시절 나의 고향 울진은 너무나 좋았다. 봄이 오면 마을 친구들과 같이 야산에서 불타오르는 진달래 꽃잎을 따서 돌 판으로 지진 전을 만들어 먹고, 여름이면 왕피천에서 발가벗고 물장구치며 목욕을 하거나 대나무 낚시 대로 물 언덕에 서 민물고기인 모래무지를 잡았다. 가을에는 소를 야산에 풀어놓고 산 아래서 친구들과 씨름을 하거나 논두렁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손과 입 그리고 얼굴까지 새까맣도록 밀과 콩서리를 해먹었다. 주천대 강이 꽁꽁 언 겨울은 얼음판 위에서 얼은 손을 호호 불며 팽이치기를 하거나 썰매지치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특히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오야의 여름날 밤에 주천대 은빛 강물위로 날피리 뛰어오르면 나는 물 언덕에 나와 노래 불렸다.
 
70년도에 군대 제대한 나는 면서기(평해 후포 원남 근남 죽변 울진)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객토하라! 매상하라! 피 뽑아라! 퇴비하라! 마을마다 다니며 독려를 했다. 그때 그 시절이 지금 와서 생각하니 너무나 그리워진다. 이제 내 나이 50대 후반에 넘어서자 겨우 무엇인가 알 것 같다. 내 고향 울진 행곡! 마을 야산에는 눈빛 그리운 부모님 묘소가 있고, 나의 정치적으로 정신적 동반자였던 소택 형님의 영혼이 묻힌 곳이다. 나의 형은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궁핍 된 삶을 살다간 실패한 정치가였지만, 이상주의 꿈을 갖고 자유와 평등을 생각하고 사회를 부패시키는 구석을 소금을 쳐서라도 개혁의 씨앗을 뿌린다고 했었다. 이제 나는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어머님 젖줄과 같은 왕피천에 한 마리의 산천어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 너무나 외롭고 추운겨울이 하루 빨리 지나가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빛이 오기 전에 어둠이 먼저 온다는 진리를 나는 믿는다.
 
약력: 울진 중·고등학교 졸업/ 미국 emory대학교 정책과정 수료/ 연세대 대학원졸업(행정학 석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정치학 박사과정 재
 
/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부이사관대우) 소설: 깝데기, 모래무지, 제3의 길은 없다, 물구나무 선 여자. 시집: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수필: 정치가의 조건, 정치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빛이 오기 전에 어둠이 먼저 오는가.(준비 중) 전문서적: 정치자금, 지방자치, 지방선거의 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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