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울진과 성박물관

▶좌담회 참석자
최근 울진군에서는 백암온천에 성박물관 설치를 위한 조례안을 만들었으나, 군의회에서는 주민여론을 고려하여 본회의장에서 조례안 제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울진군에서는 주민여론을 다시 수렴하고 주민들을 설득하여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울진군기독교 연합회 목회자들과 울진참여자치연대 측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이들의 주장이 무엇인 지를 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장장 3시간에 걸친 이들의 대화와 주장을 지면상 압축 정리하여 게재한다. <편집자 주>


▣ 일 시 : 2004년 11월 27일 오전 10시
▣ 장 소 : 본사 사무실
▣ 참석자 : 5명 (정일순
 
 
군의원/ 장성섭울진군문화관광과장/ 울진참여자치연대 장시원간사
/산돌교회 이학규목사/ 사회 전병식 편집국장)

-장성섭
간단히 사업개요와 취지 등을 소개하겠다. 대구 인근에만 25개의 최신시설의 온천이 개발되었다. 전국적인 현상이겠지만, 백암온천의 경기는 최악이다. 이러한 백암의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성문화박물관과 축구 등 전지훈련장 설치를 추진 중에 있다.
성박물관은 온정면 소태리 433번지에 부지매입비 6억, 구획정리사업비 5억, 건축비 13억 등 모두 24억원의 군비예산과 성문화 예술품 현물 평가액 35억 등 총예산 59억원으로 민관 합작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본인은 이와 비슷한 네델란드 박물관을 관광했고, 온천지역인 일본의 도마현에 설치되어 관광객이 밀어닥쳐 지역경기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를 견학했다.
본 사업을 위해 영남지역발전연구소에 타당성과 경제성 등에 관한 용역을 의뢰 개관 약 8년 뒤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운영에 있어 교육부로부터 학생 수학여행단의 성교육관으로 지정 받고, 관람객들에게 성관련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등의 수익사업을 병행한다면, 흑자 도달기간을 앞 당길 수 있다고 했다.

울진군은 35억 이상 사업에 대한 경북도의 투융자 심사에서 주민의겸 수렴이 좀더 필요하고, 지방 공기업법의 규정에 따라 군의원, 전문가 등을 위원으로 하는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점과 현물출자 비중과 수익금 배분내용, 그리고 적자운영의 지속과 사업의 폐쇄 등에 관한 내용을 보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한 보완을 거쳐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계속 추진하겠다.

-정일순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성문화박물관은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여부이다. 성이란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성유물전시, 섹스숍, 섹스전시관이란 표현으로 무조건 터부시해서는 안된다. 일본 벳푸의 성문화전시관에는 약 200평으로 규모는 작지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삼척 해신당에도 사업성이 있다고 한다.

-장성섭
금번에 울진에 들어 오려는 작품과 사업자는 경주엑스포와 광주비엔날레에서 성전시관을 열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성인관과 청소년관은 구분하고 직원을 배치 해 입장객의 성인 여부를 반드시 체크한다. 외설과 예술여부는 실제공연이나 섹스영상물의 전시는 외설이지만, 정지된 상태에서의 작품은 예술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학규
같은 작품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나의 작품에 대해 한편에서는 퇴폐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인권주의자들은 여성해방을 추구한 예술작품이라고도 한다.
남성이 여성의 어깨를 만졌을 때 그 여성이 부담스러우면 성폭력이 될 수 있듯이 성적 작품을 보았을 때 부담스러우면 외설이다. 한국적 정서에서는 아직 계몽적이어야 하고, 교육적이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작품을 전시하는 백암의 성박물관은 그 출발자체로서 이미 외설이다. 왜냐하면 성적 콘텐츠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수익성에 기반을 둔 상업성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에로스는 고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 말 속에 이미 퇴폐와 타락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영어의 아트라는 의미는 물론 예술이란 의미도 있지만 기술, 기교, 술책이라는 뜻도 동시에 내포돼 있다. 따라서 성적 기교 이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개인이 장사를 위해 성전시관을 세우는 것은 또 모르돼 울진군이 나서서 성적 타락을 부추길 가능성에 동참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일순
지금 인터넷 등으로 성관련 정보들이 쏟아져 홍수를 이루고 있는 마당에 외설이냐 예술이냐를 논란할 필요성이 있느냐? 구성애의 노골적인 말의 성은 아름답고 교육적이라면서 조각이나 그림, 기구 등의 작품이나 유물들을 보고 외설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백암박물관을 국가박물관으로 지정받으려 하는데, 이걸 추진하는 사람이나 정부당국자는 바보들인가!

-이학규
물론 성은 공개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애의 성에 대한 담론과 울진의 성 전시관을 같은 수준에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그 공개가 특히 유교문화권에서는 성의 공개 자체가 부정적인 경향을 띠고 있는데, 성에 대한 무지와 철학의 부재에서 심각한 고민없이 너무 쉽게 접근해서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관광특구라는 익명성으로 성의 이중성과 은밀성을 개방하여 상업적으로 접근하면서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타락을 보는 것이다.
성문화 개방은 울진사람들의 삶 속에 어떤 식으로 든 지 스며들어 이어지게 될 것인데, 우리는 그 이후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킨제이 보고서가 성의 담론화에 기여한 공로가 있지만, 보고서 이후의 성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성섭
백암 박물관에 전시될 성 작품들이 모두 예술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유교문화권에서는 안맞을 수도 있지만 경기활성화 측면에서 이해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울진의 이미지를 덜 손상시키기 위해 이름마져 백암온천성문화전시관이나 아트에로스라고 명명하며 미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다.

정일순- 경기활성화 측면에서 이해해 줘야
장시원 - 개인 아닌 郡의 개입은 잘못된 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성박물관 관련 좌담회
-장시원
온정 경기가 오죽했으면 이러한 발상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인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그래서 울진참여자치연대는 만일 울진군이 개입하지 않고 개인사업자가 온정면민들을 설득해 성박물관을 짓는다면 이처럼 완강한 반대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울진군에서 추진하면서 제대로 주민의견수렴도 하지 않고 조급히 서둘러 추진하여 주민불신을 자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남북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정말 개탄스럽다.

-장성섭
성급히 추진한 면이 있다. 이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주민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 정관이나 협약 등을 체결할 때 울진군의 이익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겠다.

-정일순
성적 적품 약 1천여 점에 대한 감정가 35억원은 미술대학원장 등 약 60여명이 참가하여 결정되었다. 예술품은 사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나는 피카소 그림을 단돈 백원으로도 안 산다. 이러한 것은 믿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추후 협약과정에서 가감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학규
작품의 가치를 높게 잡으면 우리의 지분이 내려간다. 그리고 전부가 전시 될 수 있는 작품인 지, 진정 감정가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 지에 대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정일순
지난 5년 사이에 백암의 관광인구는 연간 약 2백만명에서 현재는 1백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백암의 호텔들은 경영이 안돼 매각이나 경매 등으로 소유주들이 바뀌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장성섭
현재 전국 민관합작기업 351개 중 118개 만이 적자를 보고 있다. 용역 결과 온정성박물관이 건립되면 연간 온정관광객 수를 약 1백만명으로 잡을 때 관람객 수를 20%인 20만명으로 추산하면 연간 생산유발효과가 약 41억원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연간 약 736명이며, 8년 후 투자비를 회수하고 그해 년도 순익이 약 3억4천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운영방법에 따라 흑자전환을 앞당길 수도 있다.

-장시원
백암에 연간 1백만명이 찾아 온다면 1일 약 3천450명의 관광객이 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현재의 백암경기가 침체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용역결과로서 울진군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학규
금번 용역결과는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경제성을 살피면서 어떤 연령층이 어떤 연유로 백암 성박물관에 유인될 수 있는 지의 관람객 유인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서울사람이다. 1992년 울진에 내려 올 때 나에게 울진에 대해 떠오른 첫 이미지는 백암온천이었고, 다음으로 성류굴, 무장공비 순이었다. 에로스는 다룰 수있지만 그 자체 항상 외설에 가까우며, 그에 대한 울진의 이미지는 의도와 실재 사이에 차이를 낼 수 있는데, 이미지를 잃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될 수 있다. 대기업들은 기업이미지를 가꾸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

-장시원
광주와 경주의 전시는 한시적이었지만 울진은 계속적이다. 울진군으로부터 이에 대한 광주일보와 매일신문의 긍적적으로 보도한 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들 신문사와 공동으로 주최한 것으로 결국 자사의 일을 자기 신문에서 홍보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오늘날 공기업도 민영화시키는 추세인데, 군에서 재정을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고 더욱이 안좋은 울진의 이미지를 고착화 할 수 있다.

-이학규
어떤일에 너무 열정적이다 보면 약점과 이면을 잘 모를 수 있다. 온정 성박물관이 경제성이 있다 할지라도 정말 다른 대안이 없는 지를 찾아보지 않고 너무 단순하게 접근한 측면이 있다.
목회자는 어떤 일에 이해타산을 가지지 않는 가장 객관적인 집단이다.
김구선생의 말이 생각난다. 『흰 눈 길을 함부로 걷지마라. 훗날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라는...

-정일순
울진에는 특별한 이미지가 없다. 그러므로 오히려 이미지를 특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온정성박물관이 울진전체의 이미지로 고착화되지는 않는다. 백암관광특구를 형성하는 하나의 컨텐츠일 뿐이다. 예술성이 있다는데, 이미지 훼손을 들먹이니 이해가 안간다.

-장성섭
성작품을 전시한 경주엑스포와 광주비엔날레를 통해서 경주와 광주의 이미지가 손상되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전병식 편집국장
 
2004-12-08 오전 9:45:30 입력 / 수정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