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애 (죽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회장)

 

우리 딸은 23세 중증장애인이다. 5살 때 뇌염에 걸려 뇌의 전반적인 위축과 해마손상으로 영구적 기억상실과 인지능력이 제한되었다.

입으로 물 한 방울도 삼킬 수 없어 위장에 호스를 삽입해 특수 분유를 공급한다. 24시간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처지다.

자녀가 장애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보다 진짜 고통은 살면서 겪는 차별이다.

장애인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큰 선심 베푸는 것처럼 인식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라고 외치면, 돌아서서 ‘쑥덕’ 거린다.

2005년부터 장애인부모들은 대책을 요구했다. 결국 경북도는 우리제안을 수용하였고, 연차별 계획에 의해 매년 2~3개 센터가 설립되었다. 현재 울진군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도 그 중 한 개다.

그러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고, 결국 부모들은 단식, 삭발, 천막농성 등의 투쟁을 했다. 그 결과 2006년 활동보조인 제도도입, 2007년 장애인 등의 특수교육법, 2011년 장애아동복지지원법, 2014년 발달장애인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12년부터 5년간 광화문지하도에서 부양의무제, 장애인등급제폐지를 위한 노숙농성 투쟁이 대통령의 부양의무제폐지공약과 장애등급제폐지 공약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나의 예쁜 딸, 단비도 23세가 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에만 있는 신세가 되었다. 경북에 발달장애인 지원조례가 만들어지고 울진군에 장애인복지관이 세워졌어도, 단비처럼 방치되는 성인 장애인의 현실은 전국 어디나 같았다.

결국 또 지난 4월2일 전국 209명의 부모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하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외쳐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 혜택이 전혀 없고, 부모가 늙어도 평생 장애자녀를 돌봐야 하는 현실, 매년 간병과 돌봄에 지쳐 장애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이 현실을 알려내야 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나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말이냐’, ‘니새끼 니가 봐라’ ‘세금으로 장애인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 는 비난이 쏟아졌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는 장애인과 가족에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성인이 된 장애인이 기능별, 적성별로 낮에 활동을 할 수 있는 곳과 재활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단시간 노동이라도 좋으니, 장애유형에 맞는 적절한 일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부모가 장애인 관련법을 만들고 이슈를 생산해야 하는가? 우리 지역에서 더 이상 단비 같은 장애인이 슬프거나 외롭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엄마 혼자 울면서 미쳐 날뛰지 않도록 공감하고 손잡아야 한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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