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시인.논설위원)

 

소나무의 정부(政府)가 어디 있을까?/ 소나무의 궁궐이 어디 있을까?/ 묻지 말고,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로 가자/ 아침에 한 나무가 일어서서 하늘을 떠받치면/ 또 한 나무가 일어서고 그러면/ 또 한 나무가 따라 일어서서/ 하늘지붕의 기둥이 되는/ 금강송의 나라. (안도현의 시 『울진금강송을 노래함』에서)

바로 이 금강송 군락지가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 펼쳐져 있다. 남한 최대 여의도의 8배 면적에 200년 이상 수령의 소나무만 8만여 그루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울진은 안도현 시인의 말대로 그야말로 소나무 공화국이 아니겠는가.

울진의 보배요, 자존심이라 할만하다. 이 금강송 군락지에서 가장 우뚝한 대장소나무격이라 할 수 있는 오백년송과 천년대왕송!(이하 ‘대왕송’) 지금은 너무나 세상에 잘 알려진 이 ‘대왕송’들은 울진금강송의 대명사가 되었다. 소나무 애호가나 등산객 치고 이 ‘대왕송’을 보기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차례 울진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의 12령 보부상길과 안일왕산성 일대를 다녀왔다. ‘대왕송’은 안일왕산성 가는 길목에 있다. 산성 정상 200여 미터를 앞둔 깎아지른 북서쪽 절벽, 금강소나무 군락 가운데 유독 눈에 띄었던 거목 한 그루! 삼각형의 수형(樹形)에 청청한 날개를 드리운 위용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당시 우리 일행은 안일왕산성 답사가 목적이었기에 정상을 코앞 두고, 소나무 그늘 막에서 잠깐 쉬기도 했다. 그때는 “울진에도 이렇게 큰 소나무가 있구나” 했을 뿐이다. 그 무렵 필자는 12령이 지나는 길목인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지역 둘레 산세를 잘 아는 마을 주민들에게서 안일왕산성에 아주 큰 왕소나무가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듣기도 했다.

그 소나무가 얼마 뒤 장 아무개라는 사진작가에 의해 『대왕송』이라 이름 붙여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은 불과 5,6년 밖에 되지 않았다. 장씨는 소나무만 찍는 사진작가였다. 더구나 『대왕송』이라는 이름을 붙여 울진군의 수억 원의 예산지원으로 서울과 프랑스 파리에서 소나무 사진 전시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울진 금강송이 국내외에 널리 홍보된 것은 물론 그는 소나무 사진작가로 더욱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촬영을 위해 대왕송 둘레의 2백년 쯤 되는 소나무들을 불법, 무단으로 베어낸 사실이 드러나 하루아침에 자신의 이름을 사진예술계에 오명으로 남겼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작가자신의 예술적 욕망과 윤리 문제를 생각해보는 교훈을 남긴 사례로 남았다.

이태 전 안일왕산성의 대왕송을 찾았는데 둘레에 인공데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주변 경관과도 영 어울리지 않고 눈에 거슬렸다. 자연스러운 대왕송 모습과 품격이 사라졌다. 이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다녀 온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인공데크 때문에 뭔가 개운치 않고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 산림당국에서 왜 이런 인공데크를 설치했을까?

물론 대왕송 보호와 등산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인공데크를 철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에 덧붙여 대왕송 안내 표지의 행정구역명(서면→금강송면) 변경, 안일왕산성 유래와 아구지맥(현 안일지맥)을 소개하는 표지판 하나쯤은 관계당국이 세웠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울진 민간시민단체 등에서는 울진금강송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에 앞서 관계당국과 유관단체는 대왕송 등 천연기념물지정과 금강송특별보호법 제정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도현의 시구 『하늘지붕의 기둥이 되는/금강송의 나라』처럼, 『하늘지붕』을 자연 그대로 떠받치는 『대왕송!』 자연스럽게 두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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