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시인/ 논설위원)

 

올해는 우리 겨레가 일제식민지배에 항거한지 3.1운동이 100년이 되는 해요,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년이기도 하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0년이면 강산이 10번도 더 변했겠다. 하지만 자연적 강산은 변했겠지만, 아직도 우리 둘레에는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 일재 잔재가 유·무형으로 남아 있다.

최근 필자는 오랜만에 민족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들쳐보았다. 우리 역사에서 민족정기를 바로 잡기위한 『민족연구소』가 설립된 지 15년여 만에 순수한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친일인명사전』이 2009년에 간행되었다. 물론 도서 발행과정에서 친일파 후손들의 방해도 있었다.

이 사전에는 4,776여 명의 친일인사들의 친일행적이 수록되어 있다. 해방이후 친일 인사들의 행적을 집대성하여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게 집필한 도서는 이 사전이 처음이다. 울진관련 친일인사도 십 수 명이 올라 있다. 궁금한 독자들은 『친일인명사전』을 참고 바란다.

우리 역사는 해방이후 한마디로 일재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지 못한 역사이다. 하지만 일재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8.15 광복 직후 무엇보다도 신속히 친일파를 척결함으로써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제헌국회가 일제 강점기 반민족행위 청산을 위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였다. 하지만 해방 후 친일파를 대거 기용한 이승만 정권의 집요한 방해로 반민특위가 강제 해산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반민특위가 강제 해산된 이후 자유당과 군사정권 등 정치적 상황으로 친일인사들의 이름조차 공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청산하지 못한 일제잔재가 유령처럼 아직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침입으로 한때 식민지배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대전이 끝난 후 그들 국가는 반민족행위를 어떻게 처벌했는가?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프랑스가 ‘반민족행위’를 한 사람은 그가 공직자는 물론 심지어 민간 신분의 언론인까지 철저하게 단죄했다.

프랑스 일간신문 <오주르디>의 편집인 쉬아레즈는 『우리의 땅을 수호하고 있는 것은 독일인』이라며 ‘히틀러를 찬양했다’는 까닭으로 총살당하고 재산까지 몰수당했다. 프랑스는 불과 3년 정도 나치 하에 있었지만, 해방이후 나치에 협력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만 158,000여명 이며, 처형된 사람만도 1만 여명이나 되었다. 이후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 색출과 처벌은 40년 간 계속 됐다. 이는 반민족, 반인륜 범죄에 대한 시효 자체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반민특위에 기소된 친일인사 221건 중에서도 실제 재판건수는 40건에 불과하며 공소시효가 끝날 때(1949.8.31)까지 재판을 받아 체형을 선고 받은 자는 겨우 12명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삼일운동 100년! 지사(志士)·의사(義士)·열사(烈士)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다. 하지만 해방이후 그들 후예들은 가난과 고통, 탄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이 있었다. 반대로 독립 운동가들을 밀고하고 탄압에 앞장서서 일본에 부역하던 친일한 인사들의 후예는 지금도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닌가?

오죽했으면 『친일한 사람은 3대가 부자로 살고, 독립투사를 한사람은 3대가 가난하게 산다.』 라는 뼈아픈 말, 이제는 사라져한다. 이제라도 친일 잔재를 깨끗이 씻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필자는 여기에 북간도, 연해주 등지에서 풍찬노숙하며 일제에 항거한 울진출신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이름을 떠올려 그들의 독립의지와 애국정신을 기리고자 한다.

곽무,곽종열,김광수,김기영,김봉문,김재수,김병두,김용욱,김일수,남정성,남재량,남태영,남지학,남원수,남용식,남왈기,남석순,남복이,남병표,남광호,노하순,박춘근,박양래,박문술,백수영,배희직,사문성,손창준,안천수,엄종수,이화익,이목익,이재선,이윤명,임도식,임도술,임시헌,윤학규,윤종수,윤상흥,윤병관,윤두현,윤대규,윤강규,한영육,장형관,장호명,장영준,장영인,장세전,장세용,장봉숙,주진욱,주진수,주유만,주영석,주병책,주병웅,전세호,전재호,전인학,전원강,전영경,전병항,전병천,전병겸,전배근,전만수,최효대,최황순,최해,최중모,최재소,최동인,최경호,황상봉,황정걸,황종화,황만영,홍우현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