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길 원로장로

 

사람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만 혼자인 존재다.
노년에는 여자들도 누군가를 책임지거나 신경쓰지 않고 나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들 한다.

요즘 혼자 사는 독거(獨居·혼자 삶)는 노년 세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이나 학업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결혼하지 않고, 독립해 홀로 사는 젊은 사람도 많다.

지금은 부부가 함께 살고 있지만, 앞으로 어느 한쪽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자녀와 합치기보다는 그냥 홀로 살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이미 우리는 대부분 “예비독거노인” 이다.

그러나 어떤 공간에 혼자 거주하는 것을 넘어 홀로 지내야 하는 삶, 자체를 한번 들어다 보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있어도 견디지 못하거나 지내는 것을 배우지 못하면, 늘 누군가에게 시간과 관심을 애걸복걸 할 수밖에 없다. 외롭다고 수시로 앓는 소리를 해대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홀로 있는 게 싫거나 두렵다고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다. 혼자 지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기쁨과 소중함을 오히려 더 깊게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은근히 나이자랑, 건강자랑을 한다. 대접을 받고 싶기도 하고 상좌로 안내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은 본인의 잘못이기보다는 세월의 탓이다. 강물이 흘러야 하듯이 세월은 흘러갈 수 밖에 없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 사회는 그 늙음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부터 경로당이 생겼다. 그 노인네들은 그래도 좋았다. 경로당에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더불어 식사도 하고 함께 지낼 수 있었으니까?

인생의 황금기에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장수하며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신체가 쇠약해지면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생각은 동물적이고 생리적 관점이다.

정신적 성장은 한계가 없다. 노력만 한다면 70~80세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노년의 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해 준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운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노년기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동안은 그 일 때문에 어떤 에너지가 작용해 건강을 돕지 않았는가? 하는 것은 나의 경험이다.

노후에 아무 일도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그래서 일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어 힘들어 하는 분도 있다. 지역마다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있다. 노인들은 정기적으로 요양선생님들의 돌봄을 받을 수 있으니 좋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더 이상은 혼자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때가 온다. 닥쳐서 대응하려면 가족간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과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노인의 입장에서도 본인의 뜻과 달리 자식들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게 되면, 불안과 서운함이 앞서게 되고, 따라서 적응하는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그때 가면 무슨 수가 생기겠지, 그때 가서 적당히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은 노년 준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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