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시인, 논설위원)

 

까만 제복에 까만 모자를 쓰고 다니던 6,70년대 중고 시절, 오후 6시만 되면 흘러나오는 국기 하강식의 애국가 곡조에 맞춰 전 국민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했다.

극장에서도 대한 늬우스와 본 영화를 상영하기 전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관객들은 모두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학교 기념행사나 애국조회시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부동자세로 국기를 향하여 꼿꼿한 마른 나무 막대기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만약 움직이다 담임이나 학생주임에게 발견되는 즉시 독수리 같은 눈총을 받거나 재수가 없으면 식이 끝난 후 불려나가 귀퉁백이(귀싸대기의 울진 사투리)를 얻어맞았다. 학교현장에서는 『어느 놈이 움직여!』 날선 소리와 국기하강식의 거리에는 『전 국민 꼼짝 말아』 하고 무언의 감시감독을 받던 서슬 퍼런 시절이 있었다. 어느 교련 선생은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기념식에서는 벌이 날아와 자기 뺨을 탁 쏘고 가도 부동자세로 끝까지 서 있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얼토당토않던 군인정신을 강조하던 군사 독재식 훈화가 그럴듯하게 먹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관제동원, 관제 궐기대회, 관제 데모, 관제검열 등 소위 관제 조작 애국시대였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이 국민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이데올로기를 강제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 국민은 자기검열을 당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국민교육헌장을 아이들에게 강제로 달달 외우게 하고, 그 글자 수가 몇 자인가? 하고 시험문제까지 내던 시절이었다.

『국민교육헌장』이 무엇인가? 1968년 제정,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그것은 일제의 『교육칙어』와 『황국신민 서사』 의 모방이라는 비판이다. 일제는 조선의 소학교 아이들에게 이를 강제로 외우게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왕(당시 일본천황)의 절대 권력에 대하여 무조건적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였다. 일제의 교육칙어와 황국신민서사의 맹세문은 한마디로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개조하려는 음흉한 내용이 담겼다.

우리가 지금 쓰는 『국민』이라는 낱말도 『황국신민』의 약자라는 설도 있다. 국민교육헌장 또한 유신독재이후 각종 기념행사에서 낭독이 필수였다. 하지만 1994년 김영삼 정부시절 폐지했고, 이후 모든 교과서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다 2003년 공식 폐지되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진정한 애국심은 ‘국가권력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최근 애국가 친일논쟁이 일었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임시정부 100주년 되는 해요, 더구나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에 반일 기류가 확산되면서 애국가 정당성 논란이 재 점화 됐다. 우선 애국가 작사자는 안창호설과 윤치호설, 공동작사설, 작자미상설 등이 있지만 대체로 학계에서는 윤치호설이 유력하다. 윤치호는 3대가 친일 집안이다.

작사자는 그렇다고 하지만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친일논란 이전 저명한 음악가로 평가받았다. 1965년 문화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그의 친일행적 문제가 알려진 건 2000년대이다. 그는 나치와 무솔리니의 군구주의와 일제를 찬양하는 내용의 악곡은 물론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을 찬양하는 『만주환상곡과 만주축전국』 등을 발표하였다. 유럽에서 활동시는 독일 나치정권의 제국음악원의 회원이었다. 그의 스승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나치에 부역한 음악인으로 알려져 있다.(월간 객석 2006. 3월호, 송병국) 이와 같은 친일활동과 친 나치관련으로 안익태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친일반민족 행위자가 만든 애국가를 불러야 하나? 그래서 애국가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률로 지정한 국가國歌가 없다. 그래서 지금의 애국가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부르게 되었다. 정부 수립이후 이름 그대로 국가의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 십 년 동안 불러온 애국가를 당장에 바꾸기는 국민적 공감대가 문제이다. 그 국민적 공감대는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바꾸자』라는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다면 가사, 작곡 등 국가 창작은 국민공모로도 해볼 만하다. 애국가에 대한 불편한 진실, 이제는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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