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연호 시단



자화상


    전세중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입니까
한 시대 겨누고 부르르 떠는 생애
청운의 푸른 꿈이 꺼졌다 솟아오르다
무엇이 될 듯 될듯하다가 주저주저 물러앉고
무엇이 손에 잡힐 듯 그러나 결국은 빈손 빈손이다.

때로는 인생길 가까운 길 두고서
천 길 낭떠러지 머언 길 돌고 돌아
끝내는 허방 딛다 허탕 치다가
허공을 바라보네.
텅 빈 가슴 무너진 가슴 허전한 마음 매만진다.
어질 머리로다. 어질 머리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입니까
꽃은 향기를 휘날리고 열매는 씨앗을 떨구는데
알싸한 양파 벗기듯 사는 인생사 들춰내노라면
살아온 길이 변방이네. 헛헛한 빈손의 변방이네.
어쩌면 솟구치다 기울어지다가
아득히 흘러가는 구름이던가.

그렇다 그렇다고 그렇다하더라도
이 만큼 걸어왔으니
한 시절 보냈노라 후회는 없었노라
말해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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