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길 / 울진중앙교회 원로장로

 

옛날 초롱불시대가 가고, 30촉 알전구가 우리집 밤을 밝히는 사건이 일어난 해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해 이전까지는 신라시대 혹은 조선시대 생활이나 매한가지였다. 나무기둥 위의 초가지붕과 기와지붕, 재래식 화장실, 안방과 쪽문으로 통하는 부엌과 같은 가옥구조는 반만년동안 별반 변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미국의 전기회사 기술로 ‘하늘이 맑다’ 의 뜻을 지닌 경복궁 건천궁을 밝힌 백열등이 우리나라 전깃불의 시초다. 그 해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140년만인 1887년이고, 경상도 시골 우리집에 오기까지는 대략 100년 넘어 걸렸다. 인류의 삶을 바꾸는 핵심은 불과 빛을 다루는 일이다. 불로 조리를 하고, 그릇과 무기를 만들고, 문명을 구축했다. 불을 이용한 빛은 밤에도 낮과 같이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빛이 없으면 우리들의 눈은 암흑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가장 좋은 빛은 태양빛이다. 햇빛 상태에서 모든 물체는 제 색깔과 형체를 드러낸다. 햇빛은 계절과 기후, 시간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어둠을 밝히는 방법으로 등불, 촛불, 남포등, 전구가 등장했다. 조명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의 생산력은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반면 조명은 백열전구와 형광등을 거쳐 반도체 원리를 활용한 LED(발광다이오드)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LED는 빛의 색깔을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어 미래의 감성 조명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빛을 다루는 기술에 힘입어 세계의 대도시는 밤새도록 빛난다. 오색 LED 조명이 활기를 더해주는 새해를 맞았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다. 지금도 밤낮없이 그 무엇인가를 쫓아 살아가는 우리들은 유사 이래 가장 풍요로움을 누리지만, 때론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삶이 고달프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한 해가 가고 다시금 용감하게 삶을 덥썩 끌어 안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기적을 선물하는 따뜻한 한 해가 또 다시 시작될 것이다. 울진(蔚珍) 은어다리의 빛나는 야경만큼, 2020년 새해는 우리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과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임하기를 소망하며 우리 모두 만사형통(萬事亨通)으로 건강하고, 아름답고, 축복된 나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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