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끔찍한 짓을…¨.

부인과 딸 등 가족 4명과 함께 승용차로 바다에 투신한 양모씨(34.울진군 근남면)는 빚에 쪼들리다 못해 일가족 동반 자살(본지 10일자 31면 보도)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씨 부부는 ¨머리는 이틀에 한번씩 꼭 감고, 무슨 일이 있으면 고모들과 상의하고…¨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로 미루어 양씨는 처음엔 아이들까지 동반할 생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10일 양씨 가족의 시신이 안치된 울진의료원을 찾은 조문객들은 양씨 부부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5대 독자인 양씨가 오죽했으면 어린 것들과 함께 갔을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검은 유혹만 뿌리쳤더라도…¨.

양씨 부부가 운영했던 울진시장 입구 양화점 주변 상인들은 양씨가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았다. 양씨 부부의 빚은 대략 2억, 3억원에서 6억, 7억원 쯤 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카드를 비롯한 각종 금융권 채무가 약 5천만원쯤 되고 나머지는 모두 사채라는 것. 양씨는 자살하기 전 사채업자들로부터 갖은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양씨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양씨 부부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사채를 끌어다 쓴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과 카드 대출로 버텼으나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 사채를 빌리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나 고리 사채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됐고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양씨는 부인 이씨에게 가게 운영을 맡기고 원자력발전소 일용직 근로자로 날품을 팔아 이자라도 갚으려고 했지만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양씨의 70대 노모는 ¨10만원을 내놓으면서 ``오래 사시라``던 한 마디가 마지막일 줄 몰랐다¨며 아들의 영정 앞에서 끝내 실신했다. 양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한 지인은 ¨고리 대금업자 단속을 한다던 경찰은 다 어디 갔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매일신문 황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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