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속으로’에 묻혀 지역민들조차 외면

독특한 색깔의 스토리로 매니아층 형성

MBC 수목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주인공 김병수를 어릴 적부터 거둬서 키운 불영사의 전대 주지스님인 「진명(眞明) 큰스님의 다비식(茶毘式)」 장면이 4월2일 하루종일 불영사에서 촬영됐다.

거센 바람이 부는 날씨에 불영사 입구의 공터에서 촬영된 장엄한 다비식 장면은 장작 수톤을 쌓아 불을 붙이고 만일의 산불에 대비해 소방차까지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실제와 다름없는 진지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다비식 촬영에는 김병수(김래원분), 조이나(염정아분), 서영채(윤소이분), 박희수(김성수) 등 극중 주인공들과 서필상선생(박인환분), 김정숙보살(조양자분), 능옥(김지영분), 주지스님(이용이분), 서경채(배지효분), 서빈채(최민주분) 등 낯익은 극중 인물들이 대거 촬영장에 모습을 나타내어 불영사를 찾은 관광객들의 인사와 사인공세 등 큰 환영을 받았다.

MBC 미니시리즈 「사랑한다 말해줘」는 매주 수·목 밤 9시55분에 방영됐던 드라마로써, 너무나 오랫동안 서로가 서로를 알고 지내서 존재의 가벼움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순수함을 간직한 커플(김병수, 서영채)과 그런 삶과는 달리 상대에 대한 사랑이나 배려보다는 자신의 위안만을 찾아 헤매는 노련한 커플(조이나, 박희수)간의 노출된 욕망과 유혹, 그 어긋난 소용돌이 속에서 순수한 사랑의 의미와 열정적 사랑의 의미를 제시했던 작품이다.

「사랑한다 말해줘」는 애초부터 주인공들의 고향을 울진군으로 설정해 근남면 행곡2리, 불영사, 울진시장, 죽변항 등 울진군의 명소들을 배경으로 촬영되어 외지인들에게 울진알리기의 큰 역할을 담당했다.

실제 MBC 홈페이지에는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극중 서영채의 집앞 배경으로 등장하는 아름다운 대숲과 왕피천 하구 및 고찰 불영사의 위치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쏟아지며, 청정하고 수려한 울진군내의 촬영장소 대부분이 전국 시청자들의 큰 관심거리였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울진군 차원에서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한 SBS 특별기획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웅장한 스케일에 묻혀 울진군민들에게조차 외면당했던 「사랑한다 말해줘」가 결국 4월14일 15회를 마지막으로 조기종영되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사랑한다 말해줘」는 소재의 자극적인 발상이나 시청자들을 향해 쏟아지는 야한 대사와 파격적인 장면들이 초반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기존 드라마들에 익숙해진 판에 박힌 사랑의 구도를 깨부수고 독특한 색깔로 이야기를 풀어내 특유의 매니아층을 형성했다는 것이 드라마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 주요 등장인물
▲김래원(23·김병수역)
중앙대학교 연극과/드라마 ‘내 사랑 팥쥐’,‘눈사람’,‘옥탑방 고양이’외 다수/영화 ‘청춘’,‘…ING’,‘어린 신부’

▲염정아(32·조이나역)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드라마 ‘형제의 강’,‘연인’,‘태조 왕건’외 다수/영화 ‘텔미썸씽’,‘장화홍련’,‘범죄의 재구성’

▲윤소이(19·본명 문소이. 서영채역)
CF ‘파리바케트’외 다수/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

▲김성수(29·박희수역)
- CF ‘SK텔레콤’외 다수/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박인환(서영채의 아버지 서필상선생 역) ▲조양자(서필상 선생의 처 김정숙보살 역) ▲조정린(서필상 선생의 둘째딸 서을채 역) ▲배지효(서필상 선생의 셋째딸 서경채 역) ▲최민주(서필상 선생의 막내 딸 서빈채 역) ▲김지영(불영사의 파계승으로 울진지역 불교신자들이 보시하여 만든 울진학사의 주인 능옥 역) ▲문미봉(김병수를 어릴 적부터 키운 불영사의 전대 주지 큰스님 역. 드라마 중후반 다비식이 열림) ▲이용이(불영사의 현재 주지스님 역으로 파계승 능옥과는 동기) ▲신승환(김병수의 어린 시절 친구 역) ▲이정(울진학사 근처에 사는 배우 지망생 역) ▲박광정(조이나가 운영하는 영화사의 프로듀서 오상무 역) ▲이매리(조이나 영화사의 노처녀 프로듀서)

# 줄거리

동자승이던 김병수(김래원분)가 서필상(박인환분) 선생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서필상선생은 병수를 아들같이, 또 서필상선생의 딸 서영채(윤소이분)에게는 오누이같이, 한가족처럼 지내온 10여년.

병수와 영채는 한때 불영사의 비구승이었다가 파계한 보살 능옥(김지영분)이 운영하는 울진학사에서 생활하며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 조이나(염정아분)가 경영하는 영화사에 입사한다.

급성장한 영화사의 사장 조이나와 조이나의 애인인 박희수(김성수분)가 등장하면서 줄거리는 극적이 된다.

숨막히는 경쟁속에서 치열한 삶으로 성공한 이나 앞에 병수와 영채의 풋풋하기 만한 20대의 아름다움은 이나를 다시 한번 묘하게 설레게 하고, 성공을 위해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던 청춘의 화려한 시절을 욕심내게 하며 병수를 강제로 빼앗음으로서 조이나는 청춘의 보상심리를 누리려 한다.

통속적인 욕망을 꿈꾸는 조이나와 박희수의 음모. 그것은 아직까지 세상의 더러움에 오염되지 않은 병수와 영채를 강제로 분리시키는 것이다. 노련한 두 사람의 음모에 병수와 영채는 너무도 간단하게 분리되고 마는데...

손발이 척척 맞은 조이나와 박희수는 각각 병수와 영채를 차지하여 결혼한다.

애초 원치 않던 상대와 각각 결혼한 병수와 영채는 엇갈리기만 하는 운명의 장난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이나의 거짓임신 등 조이나와 박희수의 음모는 드러나게 되는데...

끝내 서영채와 김병수는 절대로 원하지 않았던 각자의 상대와 결혼하게 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토록 열렬히 소원하던 대로 다시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재결합하게 된다.

# 제작진들

▲연출 : 오종록(45세) - 경남 밀양/부산대학교/드라마 `째즈`, `내 마음을 뺏어봐`, `해피투게더`, `줄리엣의 남자`, `피아노`/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극본 : 김규완(여. 37세) - 서울/드라마 `피아노`, 단막극 SBS `집에 가는 길`, KBS `솔이엄마`, `지극히 완벽한 사랑`외 다수

/이명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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