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의 행복 27

한국인들은 정()이라는 특유의 감성을 지녔고, 감정 역시 풍부하며 그것을 표현하고 전하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어떤 민족도 따라 올 수 없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대해서 한옥을 연구하는 이상헌은 손()으로 온기를 감지하는 온돌과 유리와 달리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창호지의 간접조명 덕분으로 모든 사물 고유의 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상헌의 주장은 한자에도 추론이 가능하다. <초가삼간의 행복 2>에서 후한서의 기록 여름에는 나무 위에서 살고 겨울에는 굴속에서 산다(夏則巢居冬則穴處)”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민족의 집은 중국인들과는 확연히 달랐음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온돌은 중국의 항과 같은 형태를 거쳐 고려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하여, 민중들에게까지 널리 퍼진 것은 조선 중기경이라 한다. 하지만 그 기원이 되는 우리민족의 독특한 난방방식은 한자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문을 중국글자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한()나라 시기에 정리된 글자로서, 그 기원은 동이족(우리민족)에 두고 있다. 많은 근거 중에 두 가지만 예로 들어 본다면 한자를 읽을 때 우리는 지금까지도 一字一音을 취하고 있지만, 중국은 一字二音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허사(虛辭)라 하여 같은 글자라 할지라도 고유의 뜻과는 무관하게 문장 안에서 자리하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됨으로서 문자와 언어의 불일치가 심각하다. 등의 이유로 한자의 기원이 우리민족에게 있음은 더욱 명확해 진다.

김점식은 漢字, 우리의 문자에서 한문에는 단군신화와 우리민족의 생활풍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음을 밝혔고, 그 첫 글자로 곰을 나타내는 곰 웅()’자를 들고 있다. ()자는 능할 능()’+‘불 화()’로 구성되어 있다.

한문은 그림문자로서 의미나 형태 등이 비슷한 것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을 상징화 하여 그와 관련된 것 모두 나타낸다. 그래서 단근신화를 통해서 곰을 나타내는 ()의 이면에 있는 상징과 대표성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전설이 되며 전설은 신화가 된다. 그래서 신화를 통해 그 당시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단군신화에 따르면, -곰과 호랑이가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간청했고, 이에 환웅은 쑥과 마늘을 주고 그것을 먹고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곰은 여자로 변하였으나,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웅녀는 혼인할 상대가 없자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 갖기를 기원하였다. 그러자 환웅은 잠시 인간으로 변해 웅녀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단군왕검이다. - 신화의 이면을 살펴보면 모든 곰은 굴속에서 겨울을 견딘다. 그 중에서도 큰 곰이라고 불리는 곰 중의 불곰,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는 곰, 즉 굴속에서 불을 때며 겨울을 지냈던 우리민족을 나타낸다.

그래서 할 수 있다’ ‘견디다, 참다’ ‘미치다(다다르다)’ 등을 나타내는 능할 능()(일반적인 곰의 특성, 한편에서는 소라게와 같은 수중생물로 보나 근거가 없다)’ 자에 불 화()’를 보태어 곰 웅()’이 되었다. 이번에는 ()’자에 마음 심()’을 보태면 태도 태()’가 되고, ‘그물 망()’을 보태면 파할 파()’가 된다. 이처럼 웅녀와 같이 어떠한 어려움도 참고 견디며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며, 운명이라는 그물의 굴레를 찢고 새롭게 태어남을 올바른 파괴라 한다. 그래서 낡고 묵은 제도나 풍습 따위를 없애거나 그만둠을 뜻하는 혁파(革罷)를 글자그대로 해설하면 (곰이)가죽을 뚫고 나왔다는 단군신화와 또다시 연결 된다.

한옥의 온돌이라는 난방은 신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다음호에서 온돌이 어떻게 정()이라는 감정과 표현, 즉 언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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