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병`의원 중 2만4천 곳 (24%) 관할

남문열 前원장 둘째 딸, 부단한 자기관리

 

- 임명룡이 만난사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남길랑 서울지원장

 

3월 중순, 꽃샘추위도 사라지고 날씨는 한없이 포근한데 대륙과 가까운 서해안과 서울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를 넘긴 코로나19 사태에 미세먼지까지 겹치니 이래저래 마스크 벗을 날은 요원해 보인다. 문득 지난해 이맘때가 생각난다.

갑자기 닥친 코로나 펜데믹에 전국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마스크를 파는 약국 마다 수백 미터나 되는 긴 줄이 늘어섰지만 마스크는 금방 동이 났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여기저기서 스마트 폰 '(application)'을 만들어 마스크 판매 약국을 공유했으나 도착하기도 전에 빨간 표시로 바뀌는 바람에 있으나마나였다. 그 대란을 잠재운 것이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로 해당 요일에 마스크를 구입하는 마스크 판매 5부제 시스템이었다. 그 시스템을 구축한 공공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다. 전 직원이 3일 밤낮을 새워 만들고 전국 약국에 배포했다. ‘마스크 5부제외에도 심평원은 전국 병원마다 해외여행이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설치하도록 지원했다. 지금도 병·의원에서는 그 시스템으로 해외여행이력 여부를 점검하여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심평원은 산소나 전기처럼 우리에게 없어서 안 될 필수요소지만 드러나지 않기에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공공기관이다.

 

심평원 서울지원 남길랑 지원장을 만났다. 2010년부터 4년간 울진문화원 원장을 지낸 남문열 문화원장의 둘째 따님이다. 송파구 경찰병원역에 위치한 심평원 서울지원을 방문하여 지원장실로 안내 받았다. 마스크를 착용했기 때문에 얼굴 전체를 볼 수 없었지만 눈매만 봐도 남문열 원장님을 닮았다. 고향사람을 만난 반가움에 즐거움이 배가 되어 1시간 인터뷰가 순식간처럼 느껴졌다.

남 지원장은 1962년 울진에서 태어나 유아기에는 정림에 사시는 조부모님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입학을 하면서 읍내에서 부모님과 살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경운기 사고로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겪게 된다. 당시 담당의사의 판단에 따르면 시설이 부족한 울진에서 수술을 받다가 사망할 수도 있고, 큰 병원이 있는 대구까지 가다가는 장시간 이송 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부친은 아무것도 못해보고 이송 중에 딸을 잃은 것 보다는 무엇이든 시도 해 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울진군립의료원에서 수술을 받게 했다. 결과적으로 부친의 과감하고 합리적 결단, 그리고 열성을 다한 의료진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의료계로 이끌었고 심평원 근무에 도움이 되었다.

19811, 울진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매일 휘경역 앞 서점의 진학사 입학 안내 책자를 보고만 있다가 전후기 대학 접수 마감이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에 후기 전문대학 입시에 원서를 내게 된다. ‘국립 철도 간호대학에 합격을 했고 졸업 후 198910월까지 중앙대학교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했다. 이어서 건강보험제도가 전체 국민으로 확대 될 때, 심평원 공채에 합격하여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같은 기관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기관이다. 심평원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관련 법령이나 기준에 맞게 잘 쓰이는지, ·의원 그리고 약국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는 적정한 지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본원은 원주에 있으며, 서울을 비롯하여 부산 대구 광주 등 10개 지원이 있다. 규모가 가장 큰 서울지원은 전국 약 10만여 병·의원 가운데, 24천 곳(24%)을 관할하고 있다. 이러한 위치에 있기까지 남 지원장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를 이어갔다. 각종 평가의 적절성은 통계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방송통신대학교 통계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의과학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남 지원장은 올바른 병원이용에 대해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제공하는 과학적 통계로 분석한 병·의원 평가결과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했다.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내 질환의 전문의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 정기적으로 진료 받기를 권장했다.

그리고 만약 급성 뇌졸중이나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진료가 가능한 가까운 큰 병원을 평소에 정해두었다가 증상 발생 즉시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밖에도 심평원에서는 위암, 대장암 등 암 치료를 잘하는 병원, 감기에 항생제처방률이 낮은 병원, 부모님들이 이용하실 수 있는 좋은 요양병원 등을 평가하여 공개하고 있으니 많은 활용을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심평원 홈페이지의 내가 먹는 약! 한 눈에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최근 1년 동안 자신이 조제 받은 모든 약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내 몸의 알레르기(Allergie)와 특정 약에 대한 부작용을 등록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두면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나를 진료하는 의사는 내 몸에 적절한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 안전서비스)을 활용하여 복용하는 약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DUR은 의사나 약사가 약을 처방 조제할 때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등에 대한 의약품안전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인터뷰가 끝나고 식사를 같이하는 자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남 지원장의 얼굴을 보았다. 어쩌면 그렇게도 아버지를 닯았는 지 한참동안 멀끔히 쳐다보았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카세트로 매일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 지, 지금도 습관처럼 무엇을 틀어놓고 책을 본다고 했다. 5년 전부터 매일 한 시간씩 오디오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항상 자신을 개발하고 노력하는 공직자의 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명룡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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