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전세중
시조시인 전세중

요즘 시를 쓰면서 음악적 리듬에 심취해 있다. 동요와 가곡의 노랫말을 쓰는 일이다. 시가 동요와 가곡의 형태로 불리어진다면,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규칙적인 반복의 리듬은 어떤 즐거움을 안겨준다. 리듬 속에서 운문이 생겨난다. 시가 작곡이 되어 음반으로 출판되고 유튜브에 올려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나는 2019 KBS창작동요대회에 응모하여 본선에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낸 시집과 산문집을 모 유명 대학도서관에 기증하려 하였다. 대학교 도서담당자는 산문집은 받으나, 시집은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왜 그러느냐고 반문하였더니, 수납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수납거절의 이유를 공간 부족이라지만, 현대시의 난해하거나 조악한 내용이 어떤 작용을 했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현대시에 대해 애매하고 모호한 것을 시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비논리적이고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엘리엇의 시에 대한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다라는 말이 정곡을 찌른다. 그렇다하더라도, 통설적 답은 있을 것이다. 리듬, 은유, 함축, 상상력, 낯설게 하기 등 말소리와 말뜻이 효과적으로 이어질 때 좋은 시가 탄생한다. 그리고 감동을 주는 시가 좋은 시다. 감동은 공감을 끌어내어 작법을 초월한다. 좋은 시는 진실에 가까운 말로 가슴을 내리치는 울림이 있다 할 것이다.

파운드는 시를 음악시와 회화시와 논리시의 셋으로 구분했다. 현대시의 중심은 음악적인 차원에서 미학적인 차원으로, 지적이고 논리적인 차원으로 변모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는 시의 음악적 성격이다.

현대시가 이것을 외면한다는 시를 무력하게 하고, 그 결과 시의 소외도 가져올 수 있다. 시의 기원을 일꾼들이 노래를 하면서 벌이는 협동적 노동에서 찾기도 한다.

한 편의 시란 리듬이 이어지고, 의미의 유기적 결합으로 구성된다. 리듬은 시간적 동일성과 규칙적인 반복이기 때문에 경험을 질서화 하고, 이 질서화 속에서 자아 발견을 가능케 한다.

어느 원로 시인은현대시창작입문에서 만일 시인이 대중에게 알기 쉬운 시만을 쓴다고 한다면, ··고 학생들의 음악학습을 위한 노랫말을 짓거나 민요나 유행가의 작사자가 되고 말 것이다라고 우려하였다. 이 말은 시란 지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동요와 대중가요에 가사 쓰는 일을 홀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인이 대중에게 다가서는 노랫말을 짓는다하여 알기 쉬운 시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지적인 시는 그것대로 효용가치가 있을 것이요, 한편으로 많은 독자들을 갖는 노랫말도 중요한 것이다.

밥 딜런은 미국의 가수이자 작곡가이며 시인이다. 시적인 가사와 포크 음악으로 대중음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2016년 밥 딜런이 음악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노벨문학상 위원회는 밥 딜런이 위대한 미국 팝 문화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노랫말을 두고 그것도 시냐.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어는 내용에 해당하는 의미와 형식에 해당하는 소리의 결합체이다. 시인은 언어를 다룰 때 의미뿐만 아니라 소리까지도 최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우리 시의 율격을 어떻게 설명하든 한국시의 리듬의 실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1()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에서- 수필 부문 <아름다운 글>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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