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의 행복 35

<범상칼럼>

아리랑은 우리민족을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이다. 아리랑이라는 바탕정서에 지역마다의 특성이 배어들면서 각각의 곡조를 가지게 되어 사뭇 다른 노래처럼 발전해왔지만, 여전히 아리랑으로 통칭된다. 예를 들면 산악지방의 정선아리랑은 높은 산을 넘고 언덕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듯 느린 가락을 가지고 있고, 평야지대의 밀양아리랑은 들판을 뛰어놀듯 경쾌하고 빠르다. 이것은 산천이라 자연환경이 노래에 영향을 주었음을 말한다. 그래서 농경, 유목, 해양 등 삶의 터전에 따라 민족의 기질이 형성되며 고유문화를 만들어낸다.

이 땅에 무엇이 있기에 중국이라는 초강대국ㅡ중국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세계 최고의 생산량을 담당했으며, 현재의 미국보다 더 강력했음ㅡ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그들에게 흡수되지 않은 유일한 민족으로서 고유문화를 지키고 있으며, 온돌이라는 인류최고의 주거환경, 가장 뛰어난 문자인 한글, 온갖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말을 만들고 지켜내었을까.

영어권에서 자란 한 외국인은 한국말을 배우고 나서 다음과 같은 환상적인 경험을 하고 있음을 토로했다. 공원에 산책을 나가면 땅을 밟을 때는 터벅터벅 울퉁불퉁, 자갈은 자그락자그락, 낙엽은 바스락바스락, 잔디는 폭신폭신 등등의 단어들이 연상되면서 영어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는 것이다. 한국말이 가지고 있는 자유롭고 다양한 꾸밈말(형용사)은 한국인들의 감성이 그만큼 풍부하며 변화무쌍함을 말한다.

필자의 견해이기도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중국문자로 알려진 한문 역시 우리민족의 글자임을 밝히고 있다. 지금은 한글이라 부르지만, 창제하신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이라고 명명했다. 정음(正音)글자의 바른 음이라는 뜻으로 당시 조선의 공식문자인 한자를 바르게 읽기 위해 만들었음을 말한다. 여러 이유 중에 한가지의 예를 들면 숨 쉬다의 호흡(呼吸)할 때는 입을 벌려 숨을 내뱉고 할 때는 입을 닫는다. 출입(出入)도 마찬가지로 (밖으로)나간다의 은 입을 열고, (밖에서)들어온다는 은 입을 닫는다. 즉 한글은 말의 뜻과 입의 모양이 일치하는 반면, 현재 중국인들은 호흡을 후시[hūxī]’, 출입을 츄주[chūrù]’라 함으로서, 말의 뜻을 입모양(발음)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필자가 말을 예로 든 것은 말이라는 것은 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알려진 사물과 관념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민족성과 문화전반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뭍에서 놀던 거북이가 물속에 들어가서 물고기들에게 땅에서는 헤엄을 치는 것이 아니라 걸어 다녀야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면, 그것을 정확히 알아들을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을 것이며, 어떻든 간에 물에서 처럼 그렇게 이동하겠지 정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왜 한국인인가 대한 의문은 오랫동안 공주대학교에서 미생물학을 연구해왔던 조선행 교수의 경험에서 그 단초를 엿볼 수 있었다. 조선행 교수는 이미 1990년대 한국의 미생물들을 중국으로 가져가서 배양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의 실험실 조건은 분명히 같은데, 미생물들이 살지 못하는 이유는 현대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현재는 중국영토로 편입되어 있지만, 백두산에서의 실험은 한국에서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그는 우리 땅은 지질학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안정되었으며 단 한 번도 바다에 잠긴 적이 없는 순상지(楯狀地)이며, 겨울과 여름 간의 온도차이가 40~50도를 육박하며 사계절이 뚜렷한 특징이 미생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정하며 후학들에게 연구를 당부했다. 그 근거로 한 때 바다였던 서구의 지질은 석회질이 많아, 지하수가 음용에 부적합한 관계로 와인과 맥주가 발달되었음을 지적했다.

이처럼 우리 땅은 생명체의 근본이 되는 좋은 물, 사계절 변하는 빛의 강도, 급격한 기온변화에 적응한 미생물들이 사람의 성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