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룡 칼럼>

이 글을 읽기에 앞서 먼저 유튜브(YouTube)를 켜고 산울림 노래 <너의 의미>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모든 것은 내게로 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는 첫 장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첫 페이지를 펼치면 , ,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으로 시작했다. 지극히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자못 심오한 철학이 들어있다. 글자를 처음 배우는 아이는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따라 외우고 공책에 여러 번 베껴 쓴다. 그러는 동안 아이의 무의식에 세상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있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심어진다. 교육입안자들은 대한민국에 방점을 두고 과감히 첫 장을 시도했겠으나 교육 방법에서 큰 실수를 했다. ‘, , 우리, 우리나라까지는 쉬운 글자들이라 외우기도 쉽고 베껴 쓰는 것도 쉽다. 아이 입장에서 공부도 막상 해보니 별게 아니구나싶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려운 글자 대한민국이 나타나는 바람에 공부 이력에서 첫 번째 좌절(?)을 겪는다. 아무튼 세상에는 나와 너가 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가르침은 옳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나와 너의 힘겨운 약속으로 인류를 인간답게 만들었다. 그 약속은 공정의 도덕이다.

1982년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귀스(Werner Guth)가 실험을 통해 제시한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란 이론이 있다. 실험 방법은 낯선 두 사람 AB를 짝을 이루게 하여 10만원을 주고 나누어 가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서로 완전히 모르는 사이인 AB는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관계로, 서로가 체면이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며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상관없는 사이다. 돈은 일단 A에게 주어진다. A는 분배의 비율을 마음대로 제안을 할 수 있으며, B는 그 비율에 대해 수용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BA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둘 다 돈을 갖지 못한다. 실험 결과 A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대체로 6:4의 비율을 B에게 제시했다. 상당수의 A는 정확히 반씩 나누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B의 역할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20%이하가 제시될 경우 수락하면 2만원이 거저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거부를 선택했다. 유인원 연구자들은 최후통첩게임을 비언어적 형태로 각색하여 인류와 가장 유사한 침팬지와 보노보에게도 실험해보았다. B역할이 된 침팬지나 보노보는 0이 아닌 어떤 재시액(자원)도 거부하지 않았다.

유인원 연구원 알리시아 멜리스(Alicia Melis) 등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두 침팬지가 있고 그들이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위치에 먹이더미를 담은 받침대가 있다. 받침대는 손이 닿지 않는 대신 양쪽에 묶인 줄을 동시에 당기면 먹이가 침팬지들 앞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다. 침팬지들은 먹이더미가 나뉘어 각각 자신 앞에 놓였을 때는 동시에 줄을 당기는 횟수가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받침대 중간에 먹이더미를 올려두면, 동시에 줄을 당겨 성공했을 때, 대체로 서열 높은 침팬지가 먹이를 전부 독점했다.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협력이 깨졌다. 같은 실험을 3세 어린이들에게 실시했다. 어린이들은 먹을거리가 어떤 위치에 놓여있든 상관없이 많은 시도 끝에 성공적으로 협동했다. 그들은 아무튼 간에 항상 서로 만족하는 방식으로 먹을거리를 분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거의 비슷하게 나누어 가졌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2인칭(; you)이다. 너와 나의 등가성을 의식하며 너의 안녕에 지대한 관심을 지닌다. 상대를 위해 자신을 길들였다.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음식을 나누어 상대를 안녕케 했다. 이는 모든 도덕적인 것의 필수 조건이다. 2021년 현재 우리 출산율은 0.6명으로 추락했다. 사실상 의 최후통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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