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의 행복 37

<범상칼럼>

 

최근 들어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들에게 각광받고 있으며, IT강국으로서 최첨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기계에서 작은 공구에 이르기까지 일본제품은 견고하고 정밀함으로 정평이 나있었고, 전자제품 역시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거리였던 것에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첨단기술은 누리호를 쏘아 올림으로서 세계 7번째로 인공위성 발사체 자체기술을 확보했으며,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역대 최고의 수출이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전 세계에 아미 (방탄복과 군대는 함께 한다) 라는 독특한 펜클럽을 확보하고 있는 K팝의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계 영화 중심에 우뚝 선 <기생충><미나리>,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에서 지구촌 전체 1위로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 등은 그동안 잠재되어있던 한국인들의 역량이 분출하고 있다는 것 이외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이에 대해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 <기생충>이 칸느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것은 나름 세계문화를 주도한다고 자부하는 서구엘리트주의가 비주류의 변방문화를 수용한다는 여유와 아량을 보여준다는 다소의 우월감이 작용했다면,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는 당황해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오징어 게임은 엘리트주의가 철저히 배제되었고, 자본과 대중이 만들어 낸 것으로서 취향, 경향, 지향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앞선 방탄소년단의 성공에서 이미 나타났던 현상이다. 방탄소년단은 기존의 대형기획사가 의도적으로 키운 그룹이 아니라, 철저히 비주류 무명가수들의 재능과 노력에 열광하는 팬(아미)들이 자신도 함께 성공을 향해간다는 감정이입으로 하나가 되어 주류의 유리벽을 깨었고, 마침내 최고의 정점에 올라서는 새로운 대중음악의 인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이 생산하는 문화콘텐츠들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어떤 패턴의 답습[취향]이 아니라 현실성을 그대로 반영[경향]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불편함을 참지 않고 곧바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며, 어떤 변화에도 금방 적응하는 한국인의 역동성에 있으며, 그 바탕에는 전체를 이끄는 서사(敍事)로서의 다음과 같은 지향성이 있다. 과거 서구의 영화들은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다는 단순주제였다면, 한국 영화에서는 전체와 개인, 개인과 전체를 아우르고 사회구조적 문제를  담음으로서 서구엘리트주의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기성세대들이 영자지(英字誌)를 보란 듯이 들고 다니고, 청바지에 생맥주를 마시며 샹송과 팝송에 열광하며, 서구중심의 사고에서 살았다면, 이제는 전 세계인들은 한국이 만들어내는 지향성 즉, 서사(敍事)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문화콘텐츠에서의 서사가 세계인들에게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은 천지개벽과 같은 일이다. 비근한 예로 밀양의 가지산 사자평 고원습지를 영남의 알프스라고 부른다거나, 그동안 동양인 최초로 무엇을 이루었다고 하면, 괜히 우쭐대고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양이 만들어낸 서사에 동화되고 굴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많은 세계인들이 한국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동감하고 따라하며, 코로나가 끝나면 한국을 여행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변화와 상상력을 생명으로 하는 IT산업사회에서 한국인들의 놀라운 적응력과 역동성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 선도국의 자리에 올라섰다. 사회 전면 봉쇄조치 (락다운) 없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집단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을 조율해나가는 민족성 역시 그동안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왔던 초가삼간의 따뜻한 온돌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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