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의 행복 40

<범상칼럼>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야만 했던 생명체들이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한다는 것은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다는 생환(生還)의 길이다. 그래서 도구를 사용할 수 없는 생명체들은 신진대사를 조절하여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잠을 선택한다.

인간에게 좋은 집의 기준이란,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디는 데 얼마나 적합한 구조를 가졌는가 이다. 그래서 우리 한옥은 냉난방이 가장 잘되는 구조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집을 지으면서, 여름철 냉방은 대류현상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십분 활용했고, 겨울의 난방은 온돌이라는 독특한 기술을 사용했다. 이를 잘 이용한 건축물이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각이다. 습도와 통풍을 조절하는 기능면에서는 최첨단 과학으로도 따라 갈수 없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의 대단한 지혜와 기술력을 가늠케 한다.

<한류 미학>의 저자 최경원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선사시대부터 외형의 화려함 보다는 기능적 측면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너무나 단순하고 엉성해 보이기까지 하여 볼품없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단순함의 이면에는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 세련미와 대량생산이 용이한 특징이 숨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옥 전문가들은 집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아파트도 한옥이라고 주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잘 지어진 아파트라 할지라도 침대에도 전기장판을 깔아야 직성이 풀리고, 소파는 의자라기보다는 바닥에 앉을 때 등받이로 사용한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발부터 시원하게 씻고 거실바닥에 뒹굴뒹굴 쉬어야 하는 게 한국인인 데, 온돌이 없다면 분양이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전 세계인들이 한옥(온돌)의 체험했다.

누누이 말하지만 불과 연기를 분리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열로 조리를 하고 물을 데워 사용하며, 메주, 누룩, 식초 등 발효음식을 만들기에 용이한 아궁이, 부뚜막, 온돌은 한국문화의 중심에 있음이 분명하다.

아궁이와 부엌은 요즘의 주방과 달리 난방이라는 목적의 열을 덤으로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하면서 생겨난 독립된 공간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다른 문화권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온돌의 한옥이 가지는 특수성으로 음식조리 만을 위해 따로 불을 지피지 않음으로서, 연료의 효율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우리 음식은 뼛골을 뽑아내거나 식재료가 허물어지게 고아내는 곰탕이라든지, 한약처럼 약재를 우려내거나 간장처럼 적당한 물의 양이 되도록 달이는 것, 고아낸 것을 계속해서 달이고 달여서 만드는 조청 등의 음식들이 발달되었다.

여기에 따뜻한 구들에서 은근히 띄운 메주는 간장 된장 등의 독특한 소스를 만들어 냄으로서 우리음식의 바탕을 이루었다.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K-푸드는 추운겨울을 따뜻하게 날수 있게 했던 온돌의 아랫목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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