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역사 속의 대형 산불)

울진에서 초대형 산불이 완전히 진화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910일간 확산이 된 울진산불은 각종 건물, 이재민 등을 제외하고 산림피해 면적 만해도 서울의 40%, 여의도 70, 축구장 28천여 개의 규모다. 지난 30일 산림청은 최근 현장 조사를 거쳐 울진·삼척산불, 강릉·동해산불 피해 면적을 모두 2523.2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울진 산림피해 면적은 14140.01이고, 삼척 피해 면적은 2161.97로 나타났다. 최근으로 보면 참으로 최장 시간 산불이요, 최대면적의 피해으로 별로 달갑지 않은 기록이다.

 

동해안 산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조시기, 한국전쟁 등 병란에 따른 산불, 화전민 등의 개간 산불이 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인간 실화에 의한 산불이 빈번하다. 이번 울진산불도 지나가던 차량에서 던진 담뱃불이 그 원인이 아닌가 수사 당국은 추정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주요 국가산업 시설은 산불에 피해 없이 안전하게 대비했지만, 대한민국 최대 금강송군락지는 일부가 소실되어 버렸고, 덕구계곡 등은 아름다운 금강송 풍광을 잃어버렸다. 더구나 울진의 국도변의 소나무도 일부 불타 버려 울진의 이미지 제고에 흠이 되어 버렸다. 어쨌든 앞으로 당국은 피해 산림복구, 이재민 생활 안정 등 사후수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조선왕조실록에도 다음과 같은 울진 관련 대형 산불 등 화재 기록이 있어 눈길을 끈다.

 

헌종 13(1672.4.5) 기록에는 양양,강릉,삼척,울진 등 네 고을에 산불이 났다고 한다.

당시 하루 새에 타버린 민가가 19백여 채, 강릉의 우계창과 삼척의 군기고가 모조리 불에 타버렸다. 화상을 입어 사망한 백성이 65명이었다. 도신이 이 일을 알려오니 상이 명하여 영서의 곡물 1천 석을 옮겨 진휼하도록 하였다.

 

대형 산불로 네 고을에 불탄 민가가 19여 채, 민간인 사망 65, 관가의 곡식 창고와 무기고가 잿더미가 되었으니 당시로서는 아주 큰 피해이다. 이런 산불피해 구제책으로 임금은 도신(지금의 도지사)에게 명해 식량 1천여 섬을 백성들에게 베풀었다는 기사이다.

 

숙종 11(1685.2.7) 기록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고 있다.

강원도 평해군의 민가에 불이 번져서 60여 호를 태웠다. 울진현의 민가에서도 불이 났는데 양녀 점덕이 그 할아버지가 앓고 누워 있어서 미처 나오지 못했다. 양녀가 불길로 들어가 업고 나오려다 불이 세어 할아버지와 손주가 함께 불에 타 죽었다. 도신이 임금에게 아뢰니 특별히 휼전을 베풀라고 명하였다.

 

실록 기록에서 보듯이 평해와 울진 민가에 불이나 60여 호를 태웠다는 것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대형 산불인 듯하다. 모두 봄철에 난 산불이다. 더구나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한 할아버지를 손주가 구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불에 타 죽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당시 두 기록은 모두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 요인이 대형 산불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다만 임금의 명으로 약간의 식량 시혜가 있었을 뿐, 화상자 치료, 사망자 처리, 주택 마련 등 복지적 차원의 구체적 기록은 없다.

 

물론 오늘날 21세기 정부는 다르다. 행정안전부는 울진·삼척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여 국가 차원에서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당국과 울진주민들은 산불 진화 총력으로 여러 날 밤새 사투를 했다. 더구나 화재 원인 규명도 급선무요, 울진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으뜸 수종인 금강송 보호가 급선무이다. 한편 산불 지원업무에 시달리던 소방관이 숨졌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나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각계각층의 인적 물적 지원과 온정도 뒤따르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성금이 공동모금 성금이 700여억원, 울진군에 70여억원이 모아졌다고 한다. 우리 민족 특유의 십시일반의 미덕이다. 이 성금이 울진산불 피해를 극복하는 마중물 역할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하나는 이번에 다행스러운 것은 주민들이 각자 대처를 잘하여 울진지역에는 인명피해가 전혀 없다고 한다. 당국은 피해 주민들과 잘 소통하여 이번 산불 진화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직접 피해를 당한 현지 주민들의 역할과 의견도 현지 소방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간 코로나로 대선으로 더구나 대형 산불까지 겹쳐 울진은 아직 어수선하다. 산불 진화 기간 아침마다 떠오른 태양조차 선명치 않았다. 하늘에서는 헬기가 종일 나르고, 읍내에도 아침마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찔렀다. 이런 따위의 불편함이야 깊은 산골에서 산불 진화에 애쓰는 분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웃들의 고통에 비하면 무슨 대수인가 싶었다. 산불 진화에 애썼던 모든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누가 이 재난을 탓하랴.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불탄 땅에도 새싹은 희망처럼 다시 터져 나온다. 하루빨리 이재민 등 군민 모두가 평화로운 일상생활이 되고, 이번 산불도 진화가 빨리 되어 울진 산하가 예전처럼 금강송 푸름이 더욱 빛나기를 기대한다. 울진 힘내자!

 

 

저작권자 © 울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