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룡 칼럼>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써서 일약 대한민국 최고 지식인으로 떠올랐다. 독특한 미학적 안목을 특출한 입담으로 펼친 그의 답사기 시리즈는 한때 국민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 중에서 내가 무릎을 치며 공감했던 부분은 안동을 비롯한 경북북부 지역에 대한 답사기였다. 특히 경북북부 말씨를 격찬하는 다음 대목을 읽고 그분께 감사편지라도 쓰고 싶었을 정도였다.

 

경북북부의 니껴형말씨는 단어 또는 문장상에서 악센트가 뒤쪽에 있다. 그래서 힘도 있고 설득력도 있다. 우리가 간혹 경상도 말인데 정말 듣기 좋다고 느끼는 경우는 모두 경북북부 사람 말씨다. 이를테면 라디오 칼럼에서 홍사덕 의원이 보여준 명쾌함, 조동걸 교수의 역사 강의를 들으면 느끼는 당당함, 김도현 문화체육부 차관의 말씨에 서린 넉넉함 등이 모두가 니껴형 말씨의 고운 모습이다.”

 

요즘 유튜브(YouTube)에서 시사평론으로 한창 인기를 높이고 있는 사람 중에 함익병 의사가 있다. 그의 방송은 본업인 피부 클리닉에 관련된 영상보다 정치평론이 더 인기가 많다. 얼마 전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 청문회로 정치권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을 때, 개그 쇼를 방불케 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황당한 질문과, 그런 똥볼을 여유롭게 받아넘기는 후보자의 재치 있는 장면들이 미디어를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함익병의 시사평론에서도 주요내용으로 다루었는데 함익병은 당시 청문회의 주인공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으로 꼽았다.

한동훈 후보자의 검수완박발언을 두고 사과를 요구하며 2시간이나 청문회를 중지시킨 민주당 의원들에게, 청문회의 본래목적과 헌법의 기본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며 잘못을 지적하는 박형수 의원이 그날의 최고 인물이라고 했다. 실로 오랜만에 국회의원 같은 국회의원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도 절찬했다. 짧은 의사진행발언 시간에 상대방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면서도 따질 것을 따지고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는 박형수 의원의 설득력이 돋보이는 명장면에 감탄한 것이다. “지역구를 떠나서, 당파를 떠나서 이런 품격을 지닌 국회의원도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울진 영주 봉화 영양 주민들은 멋진 지역구의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마무리 지었다.

대중적 미디어의 조명이 그 장면을 주의 깊게 담아내지 않았고, 주요 이슈로 다루지 않은 탓에 일반인들은 당시 박형수 의원의 활약상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방송을 본 나는 몇 번에 걸쳐 되돌려가며 그 장면을 음미했다. 숫자적으로 압도하는 상대 당 의원들을 앞에 두고 정확하고 핵심적인 논리로 부당함을 지적하고 설득하는 능력에 감복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경북북부 말씨의 매력을 느꼈다. 그날의 명장면은 물론 박형수 의원의 탁월한 지적능력이 발휘 되었겠으나 박 의원의 말씨와 억양이 설득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때 홍사덕의 라디오 칼럼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것도 같은 이유다.

경북북부 특히 울진 말씨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다. 바닷가 보다 내륙 쪽이 약간 더 차분하다. 서울 강남에서 큰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김정석 회장님의 말투가 대표적이다. 한때 삼성 그룹 부회장을 지낸 이력에는 그분의 말씨도 한 몫을 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박형수 의원과 같은 동네 평해 출신이다.

한편, 한동훈에 앞서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소속 박범계 의원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예전에 대구경북 말씨를 이상한 억양이라고 표현해서 지역 폄하 논란을 일으켰던 사람이다. 이상하기는커녕 멋지기만 하다. 지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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