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의 인문학 탐구(6)

 

새벽하늘을 보라! 요즘 우주 천문 쇼가 벌어지고 있다. 18년 만에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이 일렬로 늘어선다. 더구나 다가오는 26일 새벽 430분경에는 이 여섯 행성이 태양계 순서대로 나란히 정렬하는 일렬 쇼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칼군무같은 우주 쇼다. 동이 터기 전의 약 1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수성부터 토성까지 5개 행성은 맨눈으로 볼 수 있고, 망원경 등을 이용하면 천왕성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5월 말, 수성이 새벽하늘에 나타나는 것부터 우주쇼는 시작되었다. 7월 초 수성이 새벽하늘에서 사라지면서 우주 쇼도 마감된다. 이번에 못 보면 204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이 좋은 기회다. 천문 쇼를 보려면 새벽같이 일어나는 부지런함을 떨어야 한다.

 

고대부터 우주 천체 운행에 관한 인간의 동경과 호기심은 점성술로 발달하였다. 더구나 별자리 움직임 등을 관측하는 점성술(占星術)은 관측 결과에 따라 국가의 길흉을 예언하였다. 예언에 관심이 큰 점성술은 제왕의 학()으로 통했다. 제왕은 조금이라도 새로운 천문(天文) 현상이 나타나면 점성술사를 찾았다. 그들은 정치고문으로서 발언권을 부여받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국가 대사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츰 시대가 지날수록 미신적 경향인 점성술보다 천문과학으로 발전이 되었다. 또한 하늘을 관측하자면, 관측시설이나 도구가 갖추어져야 했다. 우리 역사에서 고구려의 첨성대, 고려시대에는 참성단, 개성 만월대 등 있다고 전하나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현존 천문 관측시설로는 신라의 첨성대가 유명하다.

 

천체 운행을 보고 점치던 점성술사로 유명한 인물은 고려시대 태조 왕건의 책사로서 최지몽이 있다. 그는 꿈 해몽도 잘했다고 전한다. 그래서 이름도 꿈을 잘 안다는 지몽(知夢)이다. 처음 이름은 총진(聰進)이었다. 열여덟의 젊은 나이에 장차 왕건이 삼한(三韓)을 통일하게 될 징조라고 꿈을 해석하여, 왕건에게 칭찬받고 지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당시 점성술과 천문지리, 풍수, 역법 등은 최첨단 자연과학이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세종대의 이천과 장영실이 천문기기를 만들어 천체나 기상을 관측한 천문 과학자로 유명하다.

한편, 이러한 천문 과학자로 조선 중종 대에는 울진 출신의 격암 남사고(1509-1571)가 있다. 그는 풍수에 능한 도인이자 예언가로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라 이름할 정도다.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와 그는 동시대 인물이다. 그는 명종 대에 종9품 사직 참봉벼슬로 관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관상감 천문 교수가 되었다. 관상감은 천문·지리·역수(曆數점산(占算측후(測候각루(刻漏) 등에 관한 일을 담당하기 위해 설치했던 관서이다. 지금의 기상청에 해당한다.

 

남사고의 점성술과 관련한 설화로는 홍만종(1643-1725)이 쓴 남사고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한다. 격암 선생이 만년에 천문학 교수로서 한양에 있을 때 태사성(太史星)에 무리가 지자 관상감정(觀象監正) 이번신의 나이가 늙었으므로 자신이 이에 해당할 것이라 하니, 남사고가 웃으면서 따로 해당할 자가 있다고 했다. 두어 달 후 남사고가 과연 병들어서 죽었다.라고 쓰고 있다. 여기에서 태사성은 점성술사를 상징하는 별이라고 한다. 태사성 빛이 흐려진다는 것은 점성술사의 죽음을 예언하는 징조였다. 이 천문 현상을 두고 남사고는 그 별의 운명이 바로 내 운명이라면서 자기의 죽음을 예견한 것이다. 이번신의 판단 착오였다. 남사고의 점성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글쎄, 점성술 따위는 지금은 믿거나 말거나 한 사이비 과학이지만, 인공지능 시대와 더불어 천문과학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우주여행 시대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현대 천문과학의 꿈을 키워주자면 천문과학시설은 필수이다. 울진에도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 영천에는 보현산 천문과학관이 있다. 빛 공해가 없는 입지가 좋은 곳에 이름하여 남사고 천문대!나만이 가지는 별 볼 일 없는 별 꿈같은 이야기일까? 하지만 내일 새벽에도 별 꿈 같은 별 볼일을 보러 나가야겠다. 태양 행성계가 일렬로 늘어서는 천문 쇼를 말이다.

 

 

시인  김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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