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중앙교회 원로장로 박호길
울진중앙교회 원로장로 박호길

예나 지금이나 한 번 타락해 보기를 은근히 바라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환락에 흠뻑 젖어 빠져 들어가는 인생의 밑바닥은 얼마나 황홀할까 하고 철없이 그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좋은 환경에 태어나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농후한 듯하다.

흔히 성직자나 교직자의 자녀들 중에 길을 잘못 드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데, 그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는 말이다. 너무 선한 것만 듣고 배우다 보면,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악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옛날부터 술과 여자와 노름, ‘주색잡기라는 말이 있는 데, 이것이 인간 타락의 기본이다. 술과 시의 이태백, 만고영웅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천재작가 도스토예프스키와 도박 등을 보라!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들은 대개 한번쯤 젊은 시절에 타락을 경험한 적이 있다.

위대한 신학자 어거스틴의 청년시절은 형편없었고, 정치가 비스마르크는 젊어서는 불량배나 다름이 없었고, 사상가 톨스토이는 여지없이 타락한 한 때를 보냈다고 한다. 주색잡기라는 것은 어느 것 하나 그럴듯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능히 유혹할 만한, 충분한 스릴을 지닌 조합들이다.

그러나 한 번 타락했던 사람들이 위대한 그들뿐이었을까?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보통 사람들, 그들도 아마, 거의 인생에서 한번쯤 크든 작든 경험했을 것이다. 다양한 유혹에 넘어가 타락하여 무가치한 생을 보내었고, 다만 그중에서 천의 하나, 만의 하나가 겨우 그 타락의 어두운 웅덩이를 헤어 나와 보람 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처럼 무모하고 위험한, 타락한 삶을 쉽게 반전시킬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악마의 실력을 과소평가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한 번 그 속에 붙잡힌 이상 벗어나기 힘들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이미 때는 늦다.

알콜에 중독된 사람은 술을 끊어보려고 무척 애를 쓴다. 여자에 빠진 사람은 연애도 모르던 옛날을 오히려 그리워한다. 노름에 미친 사람은 골패 짝을 잡는 손목을 끊어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십중팔구 실패로 돌아가고, 그 인간은 그 타락의 골짜기를 여전히 헤매고 만다.

애당초 타락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술은 입에 대지 않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남녀가 피차에 넘어선 안 될, 그 선을 끝내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전판(노름) 에는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삶의 요령이다. 어떤 젊은이들이 반발할 것이다. 그런 재미없는 세상을 어떻게 사느냐? ... 그러나 사람은 생을 재미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참다운 인생길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넘어지지 말고, 값있고 보람있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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