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잡이와 그물과 통발

 

울진과 영덕, 포항 등 동해안에는 대게(snow crab)와 홍게가 많이 난다. 대게는 수심 100-400 미터에서 발견되지만 주로 70-280 미터에서, 수온은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정도의 바닥이 모래나 진흙인 해저에서 모여 산다. 붉은 대게(red snow crab)로 불리는 홍게는 수심이 800-2,000 미터인 곳에 산다. 대게는 연안 및 근해 어업으로 주로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한 자망(刺網, gillnet)으로 잡고, 홍게는 통발(pot)로 잡는다 (그림 참조). 


대게를 찌거나 삶으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것은 대게 껍질에 있는 복합단백질이 단백질과 붉은 색소,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 분리되기 때문이다. 대게의 수명은 14-16년 정도이고, 껍질을 적어도 11번 정도 벗으며 큰다. 껍질을 더 이상 벗지 않으면 성숙한 대게가 되고, 그때부터 짝짓기를 한다. 암게는 숫게의 절반 정도 크기이고, 암게를 잡는 것은 불법이다. 숫게는 삼각형, 암게는 둥근 배덮개를 가지고 있다. 


  동해 바다는 수심이 평균 1,000 미터가 넘어서 대게가 서식할 조건이 맞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울진에서 대게가 많이 나는 것은 후포 앞바다에서 약 23 Km 떨어진 곳에, 넓은 곳은 남북으로 10Km, 동서로 6Km 쯤 되고, 수중 5-60 미터에 왕돌초라는 암초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왕돌초 주변 해저에 대게를 비롯한 해양 생물들이 많이 서식한다. 동해에서 대게가 살만한 곳은 왕돌초 부근, 울릉도 및 독도 부근과 울릉도 동북쪽으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대화퇴(大和堆) 어장이다. 미국 알래스카 베링해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 연안에도 많이 서식한다. 

 

  최근 대게를 마구 잡아서 연안 및 근해뿐만 아니라, 대화퇴까지 나가도 어획량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기후변화 탓도 있지만, 대게의 남획과 불법어업과 유령어업(ghost fishing) 때문이다. 암게와 체장 9cm 미만의 어린대게의 포획, 조업허가를 받지 않은 선박의 조업, 그물코가 기준치 24cm 보다 좁은 그물 사용, 금어기 조업, 허가된 양보다 더 많이 잡는 것은 모두 불법어업이다. 

 


대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어획량이 줄어드는 더욱 큰 이유는 버려진 그물이나 통발에 갇혀서 죽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려진 그물, 통발, 낙시줄 등의 유령어구(ghost fishing gear) 에 갇혀서 죽는 것을 유령어업이라 한다. 유령어구를 회수해서 해저를 청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대서양 연안 체스피크만(Chesapeake Bay) 의 한 연구에 의하면, 6년간 420만 달러를 들여서 35,000 개의 해저 통발을 제거하고, 2,100만 달러 상당의 어획고를 올렸다 한다.  


 우리도 영향을 받는 한 가지 뉴스는 미국 알래스카 어업및수렵부(ADF&G)가 남획으로 대게 개체수가 2018년 80억 마리에서 2021년 10억 마리로 크게 줄었기 때문에, 2022년과 2023년 베링해의 대게잡이를 금지하고, 그 회복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국립해양대기청(NOAA), 북태평양어업관리위원회(NPFMC)와 알래스카주가 어획량과 해저 생태를 관리, 조사, 연구한다. 


  바다에서 대게가 무한정으로 나지 않는다. 우리가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이고 과학적 방법으로 대게의 해저 생태를 관리, 조사, 연구하면서 ‘대게 씨를 말리는’ 남획을 방지하고, 그물의 생분해성을 개선하고, 바다밑에 버려진 유령어구들을 청소해서 대게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어민들도 유리하고 지속적으로 대게 어획량을 늘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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