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게꾼놀이, 보존 가치 높아

   
             김 진 문 논설위원
길은 모두 한양으로 통했다. 조선의 옛길은 육로든 수로든 한양이 종착지였다. 각 고을의 봉수, 파발, 역원, 나룻배들이 한양을 향했다. 조선의 길은 한양에서 시작되고 한양에서 끝이 났다.

울진, 죽변, 흥부에서 시작되는 길은 십이령을 넘어 봉화 영주쪽으로, 원남(매화)쪽에서는 갈령재를 넘어 왕피를 지나 봉화, 영주등지로,  평해, 온정쪽에서 구주령을 넘어 영양수비를 지나 영주방면에서 한양으로 향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옛길은 십이령이다. 십이령이란 울진과 봉화사이를 오가면서 넘던 열두고개를 말한다. 십이령도 크게 세 갈래였다.

울진에서 출발하던 길은 울진→구만→외고개→천고개→바릿재→샛재→느삼밭재→저진치재→새넓재(적은넓재,한나무재)→큰넓재→꼬치비재→멧재→배나들재→노룻재→소천(내성) 등으로 이어진다.

죽변쪽에서는 죽변→돌재→나그네재→바릿재→(이하 위와 같음)→소천(내성)이다. 흥부(부구)에서 출발은 흥부→쇠치재→세고개재→바릿재→(이하 위와 같음)→소천(내성)이다. 꼬치비재부터 내성(봉화)땅이다.

36번국도 개발로 고치비재부터는 많이 훼손되었지만 울진 쪽의 십이령 옛길은 지금도 호젓하다. 더러 임도가 나 있어 옛길 맛이 반감되긴 하지만 바릿재에서 샛재 구간이 십이령의 백미이다. 이 구간은 옛길의 아름다움과 그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더구나 두천리→바릿재→샛재→대광천까지 약 9킬로미터로 4시간이면 넉넉하다. 필자도 이 길을 서너 번 넘었다. 그런데 옛길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표지판 하나 없다. 그래서 당국에 제안하나 한다. 이 길을 방치할 게 아니라, 둘레의 보부천, 안일왕 산성, 두천말래의 주막거리, 소광리 금강송 숲길, 불영사 등과도 연계하여 친환경적으로 복원되었으면 한다.

독자들도 연간 한두 번쯤은 아이들과 함께 십이령 옛길을 걸어보라! 빨리빨리와 같은 속도숭배의 직선문화와 안일과 편리, 화려함의 가치만을 추구하는 신세대들에게 옛 선인들의 여유, 느림의 곡선문화와 힘들고 고단했던 도보행군의 불편함과 산과 숲의 정취를 함께 체험해보는 교육적 의미도 있지 않을까 한다. 

동해안 울진 쪽에서 유일한 내륙통로였던 십이령! 골원님도, 과거보러 가던 선비도, 일반서민들도 모두 하나같이 넘었던 곳, 그 가운데도 울진장, 죽변장, 흥부장과 봉화 춘양장, 내성장을 오가던 단골주인공은 보부상들이었다.

울진장, 죽변장, 흥부장, 봉화의 내성장, 춘양장 등을 오간 보부상단들이 3일 밤낮을 꼬박 걸어야 넘을 수 있다던 십이령은 대략 150리길이다. 보부상은 말 그대로 봇짐장수(보상),등짐장수(부상)로 조선시대 조직화된 행상단이었다. 이들은 장시와 상설점포가 없던 조선초기에는 촌락을 돌아다니며 매매했고, 장시가 발달되면서 주막이나 촌락에서 잠을 자고, 장날에 맞추어 순회하면서 매매했다.

울진에서는 이들을 선질꾼,바지게꾼, 등금쟁이라고도 했다. 지게를 받쳐놓고 쉬거나, 질서 있게 길을 간다하여 선질꾼(선길꾼),바지게를 지고 다닌다하여 바지게꾼, 등금쟁이는 등에 지고 다니며 물건을 판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울진, 죽변, 부구장에서 주로 미역, 어물, 소금 따위를 내륙으로, 내륙(봉화, 내성장 등)에서는 콩, 팥, 감자, 잡곡, 대추, 옷감(무명, 포)담배들을 울진등지에 운반, 물물교환을 하였다.

이와 관련한 문화유적으로는 당시 보부상단의 우두머리였던 접장(정한조)과 반수(권재만)의 공덕을 기리는 내성행상불망비(두천 말래에 소재)와 산길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성황사(샛재에 소재)가 남아있다.

무형문화재로는 구전민요와 바지게꾼놀이가 있다. 이러한 유적과 놀이, 구전민요를 통해서 당시 보부상들의 삶과 애환을 엿볼 수 있다. 구전민요는 이렇다.

미역, 소금, 어물지고 춘양장 언제가노/ 대마, 담배 콩을 지고 울진장을 언제가노/ 반 평생을 넘던 고개 이 고개를 넘는구나/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오고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고불꼬불 열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

처음 바지게꾼놀이를 계발, 재현한 이는 북면 주인리의 이규형옹이다. 이 바지게꾼놀이의 맥을 되살기 위해 지금 울진문화원에서 가을 성류문화제때 공연을 목표로 노력 중이라 한다. 민속문화에 문외한인 필자가 보아도 이 놀이는 보존가치가 높아 보인다. 앞으로 더 보완되어 울진을 대표하는 민속 마당극(놀이)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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