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울진문화원장

갑진년을 맞으며

김성준 울진문화원장
김성준 울진문화원장

용(龍)띠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이 열렸다. 12간지의 동물 중 유일하게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혹여나 1월 1일 일출을 보려고 며칠 전부터 은근히 가다렸지만,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 비는 다음날 까지 종일 그치지 않아 하루 종일 해 구경을 하지 못했다,

용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동물이지만, 우리의 전설이나 설화에도 많이 등장한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국에서 용과 관련된 지명이 1,261곳이며, 경북 지역만도 174개소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용은 우리 민족의 설화나, 역사에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용은 온갖 신비한 조화를 자유 자재로 부리는 영물로 통하는 데, 용이 나타나는 장면들을 보면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진동하며, 바닷물이 끓어 넘치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배경속에서 용이 나타난다.

그래서 인지 용의 이름은 주로 왕이나 하늘과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지극히 높은 권위의 상징으로 묘사되었다,

바다의 왕을 ‘용왕’이라 부르고 용왕이 있는 궁궐을 용궁이라 한다.

또한 왕이 앉는 의자를 용상(龍床)이라 하고, 왕의 얼굴을 용안(龍顏), 왕의 옷을 용포(龍袍)라 하는 등 최고 통치권자와 관련한 용어를 쓴다,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용꿈을 꾸었나?” 한다든가 “개천에서 용났다” 등 출세, 소원성취, 성공 등에 많이 쓰인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용의 새끼가 아홉 마리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비석이나 종에 조각된 용들의 의미는 모두 그 새끼 용들의 특성에 맞춘 작품이다.

용의 맏아들인 비희(贔屭)는 힘이 세기 때문에 무거운 비석을 받치는 비석의 귀부에 배치하였다. 또한 셋째 아들인 포뢰(葡牢)는 겁이 많아 울기를 잘하기 때문에 범종(鐘)의 꼭대기에 조각되어 있다, 종을 치면 멀리 멀리 크게 퍼져 나가라는 의미이다.

울진 불영사 창건 설화에도 용이 등장한다. 의상 대사가 절을 짓기 위해, 불영사 터에 오니 독룡들이 우굴그리고 있었다고 했다.

의상대사는 신력으로 그들을 쫒아내고 절을 지었고, 독룡들이 놀던 연못이 지금도 남아 있다.

영주 부석사의 창건 설화에도 용이 등장한다. 의상대사를 흠모하던 선묘 아가씨의 영혼이 용이 되어 중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의상대사의 뱃길을 잠잠하게 하기도 했고, 영주 부석사를 지을 때 용이 되어 바위를 이리저리 굴려 잡귀를 쫓아냈다고 한다. 그때 굴렸던 바위가 아직도 부석에 남아 있고 그 바위 이름을 따서 부석사라 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이처럼 용은 신묘한 능력을 갖춘 영물로 인식되어 옛부터 우리민족의 생활 깊숙히 친숙하게 자림매김하였다.

금년은 용띠의 해이며, 용 중에서도 청룡의 해라고 한다,

청룡(靑龍)은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라 한다. 풍수설에서 ‘좌청룡’으로 불리듯이 ‘좌’ 측을 의미한다,

용이 갈구하는 최대의 목표는 승천하는 것이다, 구름속을 박차고 천지를 뒤흔들며 힘차게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많은 그림에서 보아왔다,

금년은 바로 용이 힘차게 승천하던 모습과 같이 만사가 활기에 넘쳐 승승 장구하는 운세라고 한다. 어떤 복술가는 너무 힘차게 뻗어 올라가는 운세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은 사실 우리 인간들에게는 참으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특히 울진 지역사람들은 더 심했다. 연속된 폭우와 태풍은 ‘특별 재난 지역’ 으로 연거푸 선포되었고, 코로나 19는 모든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기다 사상 유례없는 대형 산불은 울진 사람들의 삶의 의욕을 잃게 했다.

그러나 울진 군민들은 이런 연속된 재난의 터널을 이겨냈다. 힘들었던 만큼 보상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용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뻗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사자 성어에 파증불고(破甑不顧)라는 말이 있다. ‘깨진 떡 시루는 돌아보지 말라’ 라는 뜻이다. 우리 모두 지나간 고난의 날을 잊어 버리고, 새로운 기대속에 힘차게 뻗어 나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건강도. 사업도, 모든 일들이 말이다. 

 

/김성준 울진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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