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식 편집국장
수년전 방폐장 부지 선정사업이 시작되었을 때 울진신문은 찬`반 측의 주장과 활동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쓰기 위해 애를 썼다.

나는 방사능을 전공한 과학자도 아니고, 수백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도 없어 어느 주장이 옳고 어느 주장이 더 좋은 지를 판단하기 힘들었고, 그들 주장은 모두 순수한 애향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뉴스가치에 따라 편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전국 메이져 언론`방송에서는 의도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었다. 모두 입을 맞춘 듯 한결같이 방폐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유치하면 어떻게 발전될 것인가의 청사진만 연일 대서특필하며 지역간 유치경쟁을 부추겼다.

심지어 오보를 서슴치 않아 여론공작이나 언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울진군의회에서 방폐장유치 반대 결의문을 발표한 이튿날, 모 신문은 울진군의회도 앞장서고 있다는 보도를 할 정도였다.

나는 방폐장 관련기사를 자주 쓰는 지방 유력신문 2개사의 정치부 차장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정을 하지 않으면 당신들이나, 신문사를 상대로 울진군민들을 대신하여 고소를 하겠다고 강력히 항의하여 사과를 받아 냈다..

그러나 그때는 정부나 언론사의 입장을 이해할만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당장 코앞에 떨어진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금번 18대 총선을 맞아 대구`경북지역 메이져 언론`방송에서는 또 비상식적인 이상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번 방폐장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울진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관심이 큰 지역이다. 공천 때부터 말이 많았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의원이 관련돼 있다는 여론 때문이다. 이상득의원이 포항남구에 출마를 고집하면서 강석호 후보가 밀려나 포항에서 울진권선거구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번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여타 영덕`울진의 유력한 후보들이 모두 사퇴하고, 그 상대는 막강한 정치력의 소유자 김중권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3선의원을 지내고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한국 정치권의 거목이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여론의 관심외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매우 우세하여 살펴 볼 것도 없는 지역이라는 태도이다. 그것은 여론조사를 빌미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메이져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는 4개군 군민들의 표심을 읽기에는 너무도 미흡하다.

어떤 신문사에서는 데이터 표본수를 밝히지도 않으면서 지지율을 기사화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신문사에서는 아예 관심외 지역으로 지지율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그런데 5백명의 표본수로 50%의 무응답층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민심을 읽어 낼 수 있겠는가!

어제 모 후보측이 보여준 “리서치 앤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는 52%의 무응답에 약 2%대의 지지율 격차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들 무응답층의 표심과 관련 여당후보와 무소속 후보를 대입 추리해 보면, 누가 더 당선가능성이 높은 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소소한 문제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들 언론들의 지역대결, 소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망국적인 태도에 있다. 임진왜란도 분파당쟁으로 외침을 자초한 것이었다. 영`호남의 지역갈등도 정치적 산물로서 국민화합을 저해하고 있다.

영덕과 울진은 이웃사촌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들을 알면서도 누가, 왜? 영덕사람들과 울진사람들간의 갈등을 부추기는가? 영덕`울진의 근린관계를 해치면서까지 누가 이런 ‘지역대결’이니, ‘소 지역주의’ 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가? 강석호 후보의 고향이 강구라고 하면, 김중권 후보는 영덕 축산이 고향이다. 이들의 선영과 조상들의 터전은 영덕이다.

그런데 메이저 언론들은 울진권선거구를 관심외 지역인 것처럼 외면하면서도 지역대결, 소지역주의만은 눈에 튀게 박스를 만들어 부각시켜 영덕과 울진을 분리하려 한다. 언론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화합을 위해 여론을 조성해야할 사명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지역대결 정서를 확산시켰을 때의  수혜자는 누군인가? 그것은 뻔하다. 지역연고가 빈약한 강석호 후보에게 영덕지역이 ‘지지기반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여 영덕사람들의 애향심을 이끌어 내어 강후보를 도와 주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는 이러한 메이저 언론들의 불공정 보도 태도에 대해 ‘엄중경고’ 조치라도 취했는지, 이런 상황이나 파악하고 있는지 조차도 궁금하다. 울진신문 같은 작고 힘없는 신문사에 대해서는 종종 재갈을 채우면서...

진정, 국민들이 중앙선관위의 불공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묻고 싶다.

 

                                                             / 전병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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