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요정 혹은 ‘광대오리’
우리나라 찾는 귀한 겨울 철새
수만리 북해에서 생육`번식
쪽빛 울진 파도를 누비는 귀한 손
겨울바람이 매서워질수록 울진의 푸른 바다는 오히려 생명력으로 활기를 띤다. 거친 파도 사이로 점점이 떠 있는 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누군가 정성껏 색칠해 놓은 듯한 화려한 무늬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겨울 철새 중에서도 그 자태가 독보적인 **‘흰줄박이오리(Harlequin Duck)’**다.
화려한 무늬 뒤에 숨겨진 이름, ‘할리퀸’
흰줄박이오리의 영문 이름은 ‘할리퀸(Harlequin)’이다. 이탈리아 전통극에 등장하는 알록달록한 무늬의 옷을 입은 광대 캐릭터에서 유래했다. 이름처럼 수컷의 외모는 무척 화려하다. 짙은 청회색 바탕에 선명한 흰색 줄무늬와 점이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어 있고, 옆구리는 짙은 밤색으로 물들어 있어 탐조인들 사이에서는 ‘바다의 요정’ 혹은 ‘광대오리’라고도 불린다.
반면 암컷은 수수한 갈색조를 띠는데, 이는 험난한 자연에서 알을 품고 새끼를 돌볼 때 천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한 보호색이다.
거친 파도를 즐기는 바다의 용사
보통의 오리들이 잔잔한 강이나 호수를 찾는 것과 달리, 흰줄박이오리는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암초 지대를 고집한다. 울진의 해안가처럼 바위가 많고 물살이 센 곳이 이들에게는 최고의 안식처이자 사냥터다.
작가가 찍은 사진 속의 흰줄박이오리는 거친 물살 속에서 잠수하여 조개나 작은 갑각류를 잡아 올리며 탁월한 사냥 실력을 뽐낸다.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순간에도 여유롭게 물 위를 떠다니거나 날개를 펼쳐 위용을 자랑하는 모습은 울진 바다의 역동성을 그대로 닮았다.
울진 바다가 주는 특별한 선물
흰줄박이오리는 우리나라를 찾는 드문 겨울 철새다. 주로 동해안의 깨끗한 암반 지대를 따라 소수가 관찰되는데, 해마다 이들이 울진을 잊지 않고 찾아온다는 것은 우리 앞바다가 그만큼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봄이 오면 먼 북쪽의 동시베리아의 험준한 산악지대, 캄차카 반도, 오호츠크해 연안의 맑고 유속이 빠른 강가로 수천키로미터를 날아가 나무 구멍이나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기르다가 겨울이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이 멋진 생명체들은 추운 겨울 바다를 지키는 소중한 손님이다.
갯바위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긴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번 주말,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울진의 해안도로를 거닐며 바다 위 ‘작은 광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보여주는 강인한 생명력은 우리에게 새로운 겨울의 에너지를 선사할 것이다.
/드림돌봄 황윤길 대표 글/사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