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건욱 울진의료문제연구소장
 

교육산업규모가 GDP의 약 10%인 1조 달러에 이르는 경제 대국인 미국의 중산층 이상은 교육열이 대단히 높은데, 아이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며 항상 미니밴에 아이들을 태워다니는 엄마들을 ‘미니밴 엄마(minivan mom)’라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학교 선생님들의 이직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학부모일 정도인데, 이런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들은 아이들의 학교 주변에서 학교 정책과 선생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며 목소리를 높인다고 한다.

‘미니밴 엄마(minivan mom)’ 와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중산층 이상은 사교육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대학진학에 많은 공을 들인다.

아시아의 경제부국인 싱가포르 역시 교육열이 대단히 높은 나라로서 초등학교부터 입시체제가 특징이다. 초등학교 졸업성적에 따라 중학교 배정을 받고 중학생의 상위 25%만 대학진학을 위한 주니어 칼리지에 입학할 수 있다.

이런 제도는 사회 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한국에 적용하기 힘들겠지만 ‘교육은 작은 싱가포르를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교육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은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의 아시아캠퍼스를 유치하여 싱가포르 인구대비 유학생 비율이 아시아 최고이며, 싱가포르에서 공부한 많은 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친 싱가포르 인사’가 되게끔 하는 것이 싱가포르의 교육 산업정책의 핵심이다.

국내에서도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같은 자사고의 미국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해외 진학반 정원이 서울대 인문대나 사회과학대학의 정원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이렇게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도 대학 진학을 바로 미국으로 갈 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류층들은 고등학교부터 미국 명문 사립 고등학교로 진학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양질의 교육서비스 수요가 높은 한국사회 특수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에 25개의 자율형 사립고와 12개의 자율형 공립고를 선정하고 중등교육에 대한 다양성 실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10년부터 서울특별시에서는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강제 배정되는 방식이 아닌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고 추첨을 통해 학교에 배정되는 방식인 ‘일반계 고교선택제’가 전면적으로 시행하여 수요자 중심의 교육서비스환경을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울진의 경우 기숙형 공립고인 울진고등학교가 있으나 투입되는 교육자원에 비해서 산출되는 교육효과에 대한 평가가 호남 농촌지역 소재학교인 장성고, 창평고, 화순고, 능주고에 대비하여 비교하위에 있어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렇게 호남의 신흥명문으로 뜨고 있는 상기 학교들의 괄목할 만한 대입 성적은 학교마다 다양한 ‘노하우’를 그 배경으로 하는데 ‘교사들의 헌신적 수업과 생활지도’, ‘수준 높은 교육과 진로지도 프로그램’이 그 바탕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지방으로 공공기관을 이전을 할 때 ‘자녀교육’ 때문에 반대하는 것과 같이 한수원의 숙련된 인적자원이 울진에서 정주하지 못하고 대도시로 떠나는 이유 또한 ‘자녀교육’이 우선순위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수원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에서 미숙련 인적자원을 숙련된 인적자원으로 전환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교육서비스 질과 교육환경’ 문제로 오랫동안 비용을 투입하여 성공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성숙 노동력을 대도시로 보내고 다시 이 훈련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적인 가동을 어렵게 하는 고질적인 위협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이런 위험한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의 자녀교육에 매력적인 교육인프라를 형성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수원은 울진에 자사고 설립에 대한 검토를 하는 중인 것으로 보도 되었다.

6월2일 실시되는 울진 군수선거의 경우 ‘의료문제’와 ‘교육문제’가 울진군민들에게 중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자사고 신설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상존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이유로는 울진고등학교에 진학할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자사고에 지원하게 됨으로 인한 선발학생의 수준하락을 염려하는 측면과, 한수원 자녀를 포함한 울진학생들을 30% 우선 선발하고 70

%는 외지에서 충당하는 것으로 하더라도 나중에 여러 가지 상황이 변하여 이 선발 30% 비율이 지켜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두 번째 이유이며, 신설된 자사고가 울진읍내에 설립되지 않고 한수원 발전소 내에 설립이 될 우려가 마지막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에 자사고 설립에 찬성하는 이유를 나열하면 원자력 발전소의 숙련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정주시키기 위하여 높은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사고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과 교육의 목적이 미성숙 인재를 성숙한 인재로 변화시키는 글로벌 인재양성에 있다는 사실과 조례로서 30%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시책이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 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경쟁’시킴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정책에 입각하여 울진고와 가까운 거리에 자사고를 설립하여 자사고와 울진고를 경쟁시켜 효과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사고가 울진 읍내에 위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목고 등 학생 선발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의 성적이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높은 것으로 발표한 삼성경제 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의 내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모든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수준을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엄존하는 ‘學校 間’, ‘都農 間’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사고 신설에 대한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설립의 현재가치(present value)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와 아무리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도 교육환경이 부족하면 성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점과 미래가치(future value)로는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 제공하고 자사고에 공급되는 70% 외부 인재들을 ‘친 울진 인사’로 배출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결정이 10년 후 다른 곳에서 울진을 부러워하는 ‘교육특구’로 재조명 될 수 있기를 기대하여 본다.



약력
DVM : 수의사
MS : 수의학석사
Ph.D. : 수의학박사수료
MBA : 의료경영학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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